캠핑장마다 각자의 테마와 스타일이 있다.
이번에 갔던 곳은 가인야영장, 국가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단풍과 은행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곳인데
내가 갔을 땐 아직 단풍이 채 물들기 전이었다.
자연의 깨끗함과 상쾌함이 머리를 맑게 했다.
도시를 벗어났다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2박 3일은 너무 짧구나.
이 편안한 순간, 저녁만 되면 갈등을 한다.
캠핑장에선 왜 더욱더 샤워가 하기 싫은 것인가.
고기 냄새를 벗고 숙면을 취할 겸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본다.
우리 집 남자들을 먼저 단체로 보내놓는다.
그들이 돌아온 후, 어기적어기적 샤워장으로 향한다.
여긴 다른 곳과 다르게 시간제한이 있다.
동전교환기에서 천 원짜리를 교환한다.
혹시 부족할까 봐 걱정되어 천 원을 더 바꿔본다.
500월 동전이 네 개, 든든하다.
자고로 샤워기 물을 뜨끈하게 틀어놓고 어깨찜질(?)을 하는 게 맛인데
6분이라니 뭔가 불안한 건 왜일까.
갑자기 물이 멈추면 안 되니 샤워와 머리 감기를 서둘러해 본다.
샴푸까지 다 헹구었는데도 신기하게도 시간이 남는다.
결국 6분이면 샤워는 충분한 것이다.
물도 절약되고, 인간에겐 샤워란 그 정도 시간이면 괜찮았던 거였다.
집에서 수없이 내보내던 아까운 물.
시간제한이 있고 마감이 있으면 뭔가 일이 더 몰입되는 것처럼(사실 몰입할 수밖에 없지만)
인간은 한정 시간 내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하거나, 완수하기 위해 애쓴다.
뇌 속에 '6분이야, 그 안에 끝내야 해.'라는 생각을 입력하니 그대로 해낸다.
이런 일들이 우리 일상 속에 많지 않을까?
화장실에 들어가면 함흥차사인 사람들
자, 똥 누는 시간 10분입니다. 그때까지 마무리하세요.
설거지 시간 12분입니다. 그 후엔 물이 안 나와요.
칸트처럼 째깍째깍 정확한 시계처럼 살 순 없겠지만
삶에서 살짝 마감 시간을 정해놓으면 어떨까.
나만해도 어영부영 오전 시간을 보내고 이제야 도서관 책상에 앉아있지 않은가.
두 시간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을 말이다.
데드라인이란 말은 너무 센 것 같아
마감시간이라는 우리말을 써야겠다.
당장 글에 맞는 사진 고르기부터, 아래로 스크롤 많이 하지 말기.
한눈에 들어오는 걸로 1분 내 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