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집에 들이기만 하면 사망시켜 내보낸다.
난 식물을 건강하게 키울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집에 있는 애들이나 잘 키우자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아직까지 내 곁에 살아있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시누네에서 분양(?) 받아온 몬스테라와 친구가 선물해 준 금전수이다.
북유럽 인테리어 유행 이후 덩달아 주목받은 몬스테라.
그리고 돈 많이 벌라고 친구가 준 금전수.
신기하게 두 녀석만 굳건히 살아서 이 집에 있다.
몬스테라는 물도 거의 자주 바꿔주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어쩌다 생각나면 물을 바꿔주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좀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일부러 싱크대 옆에 두고 보는데, 잎이 커다랗게 쭈욱 뻗은 것이 참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입구 쪽에 두었었는데 그러다가 물 주는 걸 잊어버릴까 봐 특단의 조치로 자주 가는 주방에 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물도 자주 주겠지 싶어서.
금전수는 꽤 예쁜 화분에 담겨있고, 무게나 꽤나 묵직해서 친구가 돈깨나 들었다 싶다.
그래도 금전수를 주면서 축하해 준 건 그 친구가 유일무이하니 참 고맙단 생각이 든다.
물도 2주에 한 번 정도 주면 된다고 하니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겐 딱이었다.
거실 한편에 두고 있는 금전수는 저렇게 죽지 않고 잘 살아있음이 참 신기하다.
저게 잘 살아있어야 나에게도 금은보화가 주렁주렁 달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다 문득 한 번씩 바라보면 잎에 먼지가 쌓여있는 게 보인다.
그럴 땐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 외가댁을 가면 외할아버지께서 항상 난의 잎을 잘 닦아주시던 기억이 있다.
좋아하시는 떡국을 항상 점심으로 잘 드셨는데, 식사를 하시고 나면 늘 거실 바닥에 화분을 다 옮기시고 잎을 닦아주셨다.
저렇게 식물도 관심을 주고 잘 돌봐줘야 하거늘, 난 그동안 금전수를 딱히 잘 돌봐준 것 같진 않다.
초반엔 거실 공용 욕실에 넣어 두고 2주에 한 번 물을 흠뻑 적셔주었는데
내 생활에 바쁘다 보니 불현듯 물 주는 것을 잊어버린 거다.
나무 박사 우종영 작가의 책을 읽다 보니 나무 상태를 너무나 잘 설명하셨던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왔다. 전화상으로 모과나무의 상태를 자세히 듣고 방문했는데, 시각장애인이셔서 너무 놀랐단다. 그 할아버지는 관심이 있으면 다 보인다고 그 말씀만 하셨다.
내 생활이 바쁘다고 집안에서 왔다 갔다 잠깐씩 흘끔 보던 금전수, 몬스테라 병의 물을 교체할 때 금전수도 다 보고 있었을 텐데. 신경 쓸 일 많다고 할 일 많다고 내 몸만 피곤해하고 친구가 준 소중한 금전수를 나 몰라라 했다. 사실 잘 있겠거니, 잎에 먼지 좀 있지만 이렇게 푸릇푸릇해 보이니 괜찮겠다 생각했다. 나한테 이 아이가 중요하다고 해놓고 결국 중요하게 생각 안 했구나 싶었다. 내 일과 내 고민에 빠질 때면 주변을 못 볼 때가 참 많은데, 그 부분에서 뜨끔했다.
욕실로 금전수를 데리고 갔다.
샤워기를 틀고 물을 흠뻑 주었다.
먼지가 있는 잎도 물을 주고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그동안 너무 신경 쓰지 못한 탓인지 물을 양껏 흡수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도 식물도 다 관심을 줘야 한다.
그래야 계속 내 옆에 남아 있을 테니까.
적당한 거리에서 은은한 관심을 주는 사람이 되야겠다.
부담스럽지 않게, 그렇다고 서운하지도 않게.
이제 곧 금전수를 선물해 준 친구의 새 집 집들이가 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무엇을 선물해 주면 좋을까?
새 집이니 잘 살라고 거품 나는 세제를 사줘야 할까, 아니면 나도 화분을 사줘야 할까?
일단 우리 집의 금전수가 이렇게 2년째, 푸릇하게 잘 살아있다고 사진 먼저 찍어서 보내줘야겠다.
덕분에 희망이 늘 있는 상태로 살고 있다고 이 말도 전해줘야겠다.
그래서 참 고맙다고, 내가 키울 수 있는 식물을 만나게 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