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연못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정말로 가서 보니 아름드리나무가 물에 그대로 비치고 있다.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사진을 몇 컷 찍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리들이 꽤 많이 보였다.
가족들은 그 앞 비자나무 아래에 앉아 신기한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오리가 뭐가 그리 신기한가 싶어서 고개를 돌렸는데
너무나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오리가 저렇게 빠른 생물이었던가.
타조도 치타도 아닌 오리가 저리도 빨랐던가.
정말 미안하지만 오리는 나에게 8할은 훈제 오리다.
마트에서 급하게 장을 볼 때면 부추와 함께 사서 훈제를 오븐에 돌리고 부추 무침을 한다.
부추 무침 위에 살포시 오리 훈제를 올려놓으면 아이들에게 한 끼 뚝딱이다.
아니면 어떤 날은 오리 훈제 깍두기 볶음밥을 하곤 한다.
집안 어른들과는 오리탕에 미나리를 먹으면서 몸보신하던 오리인데.
(오리야 미안해)
마치 보트가 모터에 드릉드릉 시동을 걸며 앞으로 가로질러 나가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쭉 나가는 게 아닌가.
게다가 아이들 자연 관찰 책에서 본 것처럼 머리를 콱 처박으며 물속으로 들어가서 먹이를 찾아 먹고 다시
나오는 모습도 어찌나 박력 있고 빠르던지, 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지인 작가님 한 분이 오리가 정말 빠르고, 무엇이든 잘 먹는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더욱더 오리가
대단해 보였다.
흔히 사람들은 백조는 겉으로 보기엔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물속에서 엄청난 발길질을 한다면서, 백조처럼 고아한 모습 뒤의 열심히 하는 모습을 찬미한다.
하지만 오늘 오리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백조의 아름다움만 볼 것이 아니라 오리의 힘찬 모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필드에서 여유 있는 오리.
먹이를 찾으러 누구보다 박력 있게 돌진하여 목표물을 잡아내는 오리들.
대놓고 나 열심히 먹이 잡아요, 이렇게 빠르게 가고 있어요,라고 하는 오리들.
물갈퀴가 있다는 장점.
깃털에 늘 기름칠하여 물에 잘 뜨도록 자기 관리를 잘하며, 머리가 좋고 친화적이다.
몸이 물에 잘 뜰 수 있는 나선형이라는 특징을 발휘해 물에서 어느 생물보다 빠르다.
우린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평범한 듯 보여도 좋은 점이 많다.
친절한 성격, 야무진 말솜씨, 배려심 있는 행동.
책임감, 정리정돈 잘하기 등등.
내가 가진 것을 볼 줄 알고,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타인의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각자가 다 자신만의 무기로 타인과 조화롭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경쟁적인 교육과 비교 우위의 인생을 어쩔 수 없이 알고 자라왔지만
그 이면의 것을 어른이라면 더 추구해 보고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
역사적인 배경이든 시대의 모습이든, 그 어떤 것을 떠나서라도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내 것이니까.
나를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또 그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세계를 이루어간다면 또 다른 인생의 챕터가 펼쳐질 것 같다.
오늘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오리를 보면서 놀람과 경탄을 다시 한번 보낸다.
나도 오리처럼 살아보겠다고 소소한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