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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자, 영원히 살 것처럼.

by 마음돌봄
우리 남편은 근무해야 하고, 난 실습해야 해서 못 갈 것 같아. 너희 식구가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우리 가족보다 먼저 캠핑을 시작한 캠핑 선배 친구네는 당첨운이 좋은 편이다.

한동안 안 가서 몰랐었는데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은 이제 추첨을 하나보다.

남편 직장에서 본인 가정만 됐다면서 운 좋게 당첨된 가인야영장.

자기네들이 가지 못하니 우리 식구더러 가라고 양도해 준 거다.

고마워서 실습 나가는 길에 먹으라고 스타벅스 커피세트를 쏜 나에게

친구는 지난밤 캠핑장 가는 길에 사가라고 치킨 두 마리 세트를 보냈다.


일이 끝난 7시

미리 캠핑장에 텐트 설치를 해 둔 남편 덕분에 짐만 대강 챙겨서 출발한다.

마트도 들려서 도착하니 벌써 9시

전날 로켓 타고 온 컵라면과 고기 덕에 식사는 이미 열량 초과다.

갑자기 근육통과 감기에 걸린 아들 둘을 보며 취소하고 집에 있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결국 우리 가족은 이곳으로 향했다. 음하하하. 대단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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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6년 전 한창 캠핑을 다닐 때 우리 가족이 온 곳이다.

나라에서 운영해서 그런지 캠핑 사이트도 구획이 프라이빗하게 잘 되어 있고, 시설도 깔끔하다.

당시에도 아이들은 이 자연 속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신나게 놀았었는데,

이젠 아이들이 이 엄마만큼 크거나 더 커져버렸다.


아직은 아이들과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금방 친구들과 다니는 걸 더 좋아할 나이이기에 아직은 더 자주 여행을 가고 싶다.

아이들이 소위 십 대라는 이름이 어울리게 될수록 더 빨리 시간이 흐르는 것 같다.

아직 많이 여기저기 못 다녀본 것 같은데, 아이들은 벌써 이만큼이나 커버렸다.


9월이 되고 찬바람이 서서히 불어오면 '아, 벌써 일 년이 다 가는구나. 이젠 시간이 얼마나 빠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갑자기 훅 꺾이는 꺾은선 그래프처럼 시간이 가버린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 시간이 영원할 것만 같고 내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여행도 나중에 더 가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내가 당겨서 쓸 수도 없고,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이 순간, 오늘, 이번주, 올해.

꼭 하고 싶은 건 하자.

가족들과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자.

꼭 사진을 찍자.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지만 얼굴 빵빵한 내 모습도 남겨보고, 아이들과 남편 뒷모습도 사진 속에 남겨보고.

멀리 가는 차 안이 힘들긴 하지만 더 많이 다녀보기로 했다.

마침 따뜻하게 푹 자고 일어난 아이들의 감기와 근육통이 많이 좋아졌다.

머리가 아프다던 큰 애도 머리가 맑아졌다고 한다.

아프면 절대 안 된다고 늘 강조하는 나이기에 내심 걱정했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붉게 물든 단풍과 노란 은행잎을 보며 감탄을 했다.

푸르른 나무를 맘껏 볼 수 있어서 이 장소가 참 마음에 들었다.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가족들 마음속에 꼭꼭 발자국이 남았으면 좋겠다.

앞에 서있는 갈참 나누와 비자나무처럼 한결같이 꺼내볼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된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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