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된장' 국 같은

천년의 사랑

by 마음돌봄

된장국이 보글보글.

지금 세대는 어떤지 모르겠다.

나름 서태지와 함께 교실 이데아를 부르고, 에쵸티와 위 아더 퓨처를 외치던 세대이지만

결혼이란걸 생각하면 보글보글 끓여놓는 된장 찌개가 생각이 났다.

남편이 오면 짜잔하고 어설픈 된장 찌개를 상에 올려놓는.

시댁과 친정에서 끌어온 양념과 반찬으로 상을 차려내는 뭐 그런 일상.

지금이야 매일 메뉴 고민과 청소만 하다 죽을 것 같은 위기가 닥쳐오지만 신혼 초엔 그런 일상마저 재미였다.

맞지도 않은 앞치마를 둘이 쌍으로 메고서 요리나 잘하는 양 이것저것 해댔는데

종국엔 나보다 요리 잘하는 남편이 뒷수습하기 일쑤였다.


지금은 하루 중 언제 음식을 먹든, 늘 처음처럼 먹는 장정들이 셋이나 있다.

시누네와 여행을 갔을 땐 새언니네는 몸에 호스 꽂고 다니라면서 늘 먹어도 배고파하는 우리 식구들을 보고 시누는 혀를 내둘렀다.

대만 음식은 맛있는데 어찌나 양이 적었는지 반찬을 시킬 때마다 돈을 내야 해서 참 감질낫다.

우리 나라야 반찬은 늘 기본으로 무한 리필이 가능했는데 말이다. (대한 민국 만세)


여하튼 지금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일을 끝내면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갖고 싶은데

살짝 눈치가 보인다.

남편은 부부가 함께 도란도란 침대에 누워 같은 시간에 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게 무슨 세기의 사랑, 천년의 사랑도 아니면서 말이다.



박완규.jpg KBS 열린음악회, 박완규 '천년의 사랑'



같이 안자려면 뭐하러 결혼했겠느냐면서 침대맡에서 함께 있기를 바라는 남편을 보면, 참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하다. (강한 긍정은 강한 부정)

자기전에 유튜브 쇼츠만 각자 쳐다보더래도 한 이불 덮고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결혼은 한 날 한 시에 해도 죽을 땐 순서 없다는데, 자식 중심 삶 말고 그래 부부 중심의 삶을 지켜야지 하고 잠자리에 들면 그 날은 여지없이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한다.

항상 새벽에 일어나 책도 보고, 확언도 하고, 감사 일기도 써야지 생각하는 나.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한지라 다짐에 다짐을 하고 알람을 맞춰보지만, 일어난 시간은 항상 참 애매한 6시 20분이거나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내 이럴 줄 알았다며 쌍욕을 뇌까려보지만 부부가 함께 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도 일리가 있기에 다시 한 번 새벽의 힘에 기대본다.

그러다보면 갑자기 우리 남편은 해외 출장도 안가나 싶은 다소 얄미운 생각이 떠올라 미안해지기도 한다.

역시나 새벽 시간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데, 체력이 받쳐줘야 이것도 가능한 일이다.

오늘은 시래기 된장국을 끓이며 혼자만의 시간을 노려본다.

마침(?) 감기에 걸린 남편이 된장국을 홀짝이며 밥을 맛나게 먹는다.

감자든 호박이든 양파든 시래기든 어떤 재료를 넣어도 그 몫을 다해주는 된장국.

감기 옳으면 안된다면서 큰 아이 방으로 유유히 들어가는 축처진 어깨가 안쓰러우면서도

살짝 느껴지는 해방감에 입꼬리가 씰룩인다.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기 싫은 이중적인 마음이 싸우지만 오늘은 혼자 누리는 시간의 승리다.

내일 아침도 된장국 따듯하게 끓여서 한 사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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