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호빵' 같으니라고

by 마음돌봄

찬바람이 두 뺨을 스치면 익숙한 그 향기.

점점 거대해져 가는 아들들은 늘 간식을 찾는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그리고 학원에서 나름 열심히 살았을 아이들의 하루의 끝은 맛있는 간식이 필요한 법이다. 집안에 들어오기 전까지 모르고 있다가 따뜻한 온기에 녹아드는 아이들.

수영을 다녀온 후 밤에 영어, 수학 학원 숙제를 하는 둘째를 보면 입시생도 아닌데 밤 12시에 이게 뭐 하는 건가 싶다가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숙제를 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책임감 있게 보이기도 한다.

집은 그런 거겠지.

편히 쉴 수 있는 곳.

하루의 피로를 녹이고 싶은 곳.

겨울의 냉장고는 조곤조곤 까먹을 수 있는 귤과 바로 데워질 호빵만 있어도 행복한 법이다.

지친 하루 끝에 간식을 입에 물고 오물거리는 아이들을 보면 내일은 또 어떤 간식을 채워야 하나 고민이다.


역시나 쉽게 눈에 띄는 건 빵빵한 호빵.

중학생 때였나.

매점을 가면 호빵이 누워서 전시되어 있는 게 있었는데, 그 덕분에 늘 따끈한 호빵을 바로 먹을 수 있었다.

늘 팥호빵만 먹던 여중생들에게 어느 날 눈에 띈 건 뭔가 주황빛의 동글동글한 그것, 바로 피자 호빵이었다.

당시 피자란 음식은 부모님이 사주셔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식이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시내 피자가게에서 치즈를 저 하늘 끝까지 늘어뜨리며 먹곤 했었다.

그리고 나오는 길 가장 친절했던 직원에게 하트를 붙이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늘 조그마하고 환하게 웃던 언니의 사진칸에 가장 많은 하트 스티커가 붙어있곤 했다.


이런 귀한 피자가 호빵 속에 들어가 계시다니, 당시 우리에겐 혁명이었다.

팥과 채소호빵만 있던 자리에 피자 호빵이 들어서면서부터 매점에 가면 슬슬 눈치전이 시작되었다.

그날 피자 호빵이 동나기 전에 먼저 잽싸게 사서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귀한 호빵 같으니, 쉬는 시간 종이 울리지 마자 잽싸게 매점으로 날아간다.

친구와 함께 피자 호빵을 야무지게 손에 쥐고 호호 불면서 먹는 순간은 그 전날 본 모의고사 점수도 잊게 만드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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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마트에 가며 종류별로 호빵을 사놓을 심산이다.

나 같은 워킹맘에겐 데우기도 쉽고, 아이들이 간단하게 우유와 함께 먹기도 쉽다.

가끔 남편이 입맛을 다시며 기웃거릴 때도 너그럽게 줄 수 있다.

한 팩에 네 개는 있으니까.


구관이 명관이라 이젠 피자 호빵보다는 팥호빵이 좋은 나는 아이들과 다행히 쟁탈전은 없을 듯싶다.

그런데 어디 슈크림 호빵은 없나요.

피자 호빵은 안 먹어도 괜찮은데, 슈크림 호빵은 먹고 싶네요.

팥붕이냐 슈붕이냐 처럼, 팥소냐 슈호냐. 아, 말을 너무 줄였구나.

좌우지간 우좌지간 따뜻한 호빵처럼, 올 겨울도 빵빵한 따뜻함이 온 거리에 넘쳐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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