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커넥션

by 마음돌봄

첫 시작은 결혼 후 일 것이다.

얼마나 지나서일까.

아마도 시어른들께서 집을 짓고 도시근교로 이사를 하면서부터 인 듯싶다.

김치 판매를 해보시겠다면서 주변분들 주문만 받아 김치를 판매한 것이 몇 년 되었는데

지금은 그냥 가족들이 먹을 김치와 정말 친한 세 분만 어머니 댁에 오셔서 김장을 한다.

본격적으로 김치를 비비는 날이 되기 전엔 집안 남자들이 배추를 뽑고, 무를 썰고, 기본 준비를 한다.

빨간 양념 속에 배추를 투하하는 날,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 친구분 두 분, 시누이와 한 자리에 앉아서

김장을 했다.








작년 김장 때는 열심히 가수 영탁의 노래를 틀어놓으시며, 영탁 이야기만 하시던 한 이모님은 이번 김장엔

웬일인지 조용하시다. 평소처럼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만 하신다.

거실 쪽에서 조곤조곤 들리는 소리가 들려와 가보니 역시는 역시다.

가수 영탁의 유튜브 방송이 틀어져있다.

일단 틀어라도 놔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팬클럽 내에서 해야 할 지침이 있다고 하셨다.

다른 이모님은 평소에 말씀이 많이 없으신 분이다.

아드님 두 분이 다 의사이고, 며느리들도 의사라고 하는데 자랑하는 법도 없으시다.

그런 분이 이번 김장엔 해외여행 이야기며, 아들 며느리 이야기에 쉴 틈이 좀체 없다.

병원을 서울에서 개업하고 자리를 잡은 이야기, 서유럽부터 남미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는 이야기에

나름 해외여행 한가락 해보신 우리 어머님이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신다.

동남아로 시작한 여행 이야기는 유럽 대륙을 다 돌고, 아메리카 대륙까지 넘어왔다.

나이가 들어 점점 기운이 없어지니 해외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치시고는

다음 계모임은 일본 온천 여행을 하자며 이야기를 마무리하신다.








자식 배틀인지 여행 배틀인지 모를 대화가 빨간 김치 양념에 버물어진다.

배추김치를 마무리하고 일렬로 잘 모여있는 갓을 쏟아붓는다.

김치 양념은 화수분처럼 계속 있다.

갓김치를 마무리하고 깍두기까지 버무리고 난 후, 잘 익은 수육 한 접시에 흰 찰밥을 나눠 먹는다.

2차로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따뜻한 커피와 티까지 야무지게 잡숴본다.

이제 김장까지 했으니 올해는 정말 다 갔다.

어머님과는 명절 때 전과 나물, 생선까지 다 사기로 했는데 아직은 김장은 하고 싶다고 하셨다.

사실 이 말에 동의한다.

지난 명절 때 두 시간 동안 서서 전을 부치는 모습이 그날 따라 유난히 눈에 밟혔다는 어머니는 모든 명절 음식을 다 사서 준비하자고 선언하셨고, 아버님은 제발 그 말 지키길 바라신다면 웃으셨다.

오히려 재료를 사서 다듬고 준비하는 게 더 품도 들고 돈도 든다며 어머님은 큰 결심을 하셨다.

드디어 본인부터 해방되신 것이다.

평일에 한 올해 김장은 여자들끼리 조곤조곤하게 진행되었지만 내년에 다시 주말에 한다면 북적북적할 것이다. 남편은 큰 스피커로 영탁의 노래를 틀 것이며, 어머님은 귀에서 피나겠다고 다른 노래를 부르짖을 것이다. 해외여행 이야기와 의사 아들내외 이야기도 또 펼쳐지겠지.

아직 김장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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