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이다.
월요일이 크리스마스라 마음이 더 여유롭다.
양쪽 아빠 두 분(친정아버지, 시아버지)이 쓰실 머플러를 샀다.
엄마를 위한 검은색 털머플러도 준비했다.
직접 고르신 거라 더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걸 보니 부모님께 드릴 선물이 참 평소에 인색했구나 싶다.
이제 나를 위한 시간이다.
짭조름한 국물을 먼저 맛본다.
파향이 살짝 나니 덜 느끼하다.
호로록 면발을 먹어본다.
쫄깃한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목구멍으로 훅 넘어가버린다.
꼭꼭 씹어먹어야 하는데.
시원한 노란 단무지와 중국산 김치가 칼칼하니 개운하다.
메밀 집에 손님은 나 포함 단 두 명.
티브이에선 연예인들이 대만에 가서 먹방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사장님은 손님도 많이 없는데 대기하시는 모양새다.
티브이를 보시면서도 앞치마를 동여매고 서계신다.
잠시 앉으셔도 좋을 텐데.
음식을 먹으며 티브이를 봐도 되겠지만 책을 꺼내본다.
오늘 만날 작가님의 책이다.
시험 공부 하듯이 꼼꼼히 읽으려고 했는데, 절반밖에 읽지 못했다.
7시.
그때까지 한 시간이 남아서 들른 곳이 메밀집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카페에 있거나 햄버거를 먹으러 갔겠지.
뭔가 식사 느낌의 음식을 먹지 않았을 거다.
이 날을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눈이 오는 토요일 저녁은 고요했다.
책방에 들어가기 전의 시장의 모습은 폭삭하게 내려앉은 모습이다.
밥 한 끼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뜨끈하게 국물까지 먹었다.
감사하게 잘 먹었다고 말하며 일어섰다.
내가 쓴 휴지는 쓰레기통에 잘 넣었다.
사장님은 그릇만 치우시면 될 일이니까.
북토크 장소로 들어가니 온기가 가득하다.
글뤼바인(독일식 와인)이 과일과 함께 끓여지는 냄새.
상기된 얼굴의 참여자들.
작가님과 작가님의 남편분까지.
크리스마스 음악이 흘러나오니 분위기가 더 고조된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누 군든지와 약속이 있을 저녁이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작가와의 만남을 선택했다.
그리고, 겨울.
자신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좋아하는 장소에 가는 것.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