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JS
첫사랑 : '첫술'에 배부른 유일한 것. 짝사랑 : 엄밀히 말하자면, 세상 모든 상처들은 이것의 선물
- <마음사전> by 김소연 -
첫사랑과 짝사랑
같은 것을 지칭하지 않음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스무 살,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윤수일의 '황홀한 고백'을 부르는 그 녀석을 보고 이미 마음을 빼앗겼다.
키가 훤칠한 그 아이는 목소리까지 좋았는데
남사친 하나 없던 여자 아이의 눈엔 꽤 멋져 보였다.
공대생이던 그는 동아리방에서 늘 친구들과 있었고, 동기인 우리들은 늘 어울려 다녔다.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고, 포켓볼을 치고, 엠티도 같이 갔다.
첫사랑과 짝사랑을 동시에 시작했다.
사실 우리 둘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서로의 화살표가 함께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일방적인 건 의미가 없으니까.
마치 연예인을 보듯 좋아만 하는 건 별로 진전이 없다.
여중, 여고만 나온지라 자연스러움까지 없었다.
동아리 방의 친구들은 모두가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는 걸 알았고, 물심양면 도와주려 했다.
여기서 화룜점정은 나의 '진상'짓에 있다.
함께 알코올랜드에서 술만 먹으며 울기만 하는 나.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결국 그 아이는 동아리에서 한 친구와 연인이 되었다.
이렇게 짧은 짝사랑이자 첫사랑은 끝이 났다.
지금 이렇게 고해 성사하듯 이야기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이기심 때문이다.
외모적으로 이상형에 가까웠던 첫사랑.
사실 첫사랑이라기보다는 짝사랑.
좀 더 성숙한 사람이었길 바라는 나의 스무 살에게 편지를 써주고 싶다.
To. 스무 살 너에게
정신 차려.
대학의 맛에 취하지 마.
뭐 하나라도 들이 파라.
두려워하지 마.
전공 서적들 쌓아봤자 네 키에도 안 닿아.
영어원서 지금부터 읽어야지.
한 줄짜리부터 추라이(try).
울지 마.
특히 술 먹고.
진상이다.
카고 바지 입지 마.
하, 진짜 주머니에 폴더폰 넣지 마라.
2000년도잖아.
알바의 신이 되든
공부의 신이 되든
한 가지는 해라.
전과 하는 거 편입하는 거 두려워하지 마.
인생 길다.
마지막으로 네가 다 책임지려 하지 마.
네 앞가림만 해도 되는 나이다.
동생만 일단 챙겨.
축하한다, 스무 살.
하고싶은거 다하고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