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돌봄 Jan 16. 2024

때론 가족이 가장 잔인하다

가족밖에는 없다.

남은 어쩔 수 없는 남이다.

이 말은 진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가장 친밀한 존재에게 우리는 나의 민낯을 드러내기도 하고, 감정을 버리기도 한다.

다시 안 볼 듯이 돌아섰다가도, 어떤 말 한 번에 다시 둘도 없는 애정을 느끼는 것도 가족이다.






지인 중에 파워블로거이자 작가가 있다. 

그녀는 올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어른께 블로그도 그만하고, 아이들 잘 챙기라는 말을 들었다. 아이들 앞으로 두둑한 용돈인 오백만 원과 함께.


친정아버지는 편찮으시지만 젊은 시절 여러 문제로 친정어머니 마음은 이미 떠난 지 오래다.

딸로서 병원이며 집안일이며 본인 가정과 친정까지 때아닌 두 집 살림을 하는 그녀는 최근 외국에 있는 막내 동생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듣고 지쳐있는 상태이다. 

그녀의 동생도 블로그며 운동이며 신경 쓸 시간에 아빠나 잘 돌보라는 말을 했다. 

속이 있는 대로 상해있는 상태에서,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며 오랜만에 나에게 커피데이트를 청했다.






두바이에서 대기업 인하우스 통역사로 근무했던 그녀는 누가 봐도 멋지다.

도회적인 외모와 달리 사치도 없고, 책 읽고 글을 쓰고,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열심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후 방과 후 영어 교사로 일하며 블로그도 계속 운영하고 있다.


열심히 가정에서의 역할을 다 해내며 다정한데, 가끔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안타까운 점이 많다.

최근 시댁을 다녀왔는데 시어머님이 블로그며 책이며 그만두고 아이들과 남편을 보필(?)하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너도 나도 온라인 브랜딩을 하는 어머님의 말씀은 감히 시대착오적이라 하고 싶다. 

시댁과 친정 양쪽에서 본인에게 하는 말들에 지쳐있는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잘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하지 마라 해라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어머님이 좋으신 분이지만 그건 그 분만의 방식이고 그녀에게 그녀만의 인생과 방식이 있으니까.

여자인 우리들은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를 챙기고 돌보는 존재일 수만은 없다. 

아이들이 컸을 때 나의 자리가 세상에 없다면 그 부분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돈을 떠나서 꿋꿋이 경력을 쌓을 것을 권유했다. 

수입의 많고 적음을 떠나하고 있던 방과 후 영어 교사도 매일 하는 것이 아니니 계속하고, 글도 계속 썼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다음 책도 독자로써 기다리고 있으니 원히트원더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얼마를 주시건 그건 조부모님이 손주들이 이뻐서 주시는 것이니 마음의 부채감은 갖지 말았으면 한다. 이제 본인의 말을 웃으면서 조금씩 전달해 보길 권했다.






결혼 초, 시댁 스트레스에 고민할 때면 하나의 직장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던 적이 있다.

상사분들은 제때 보고하는 것을 좋아하니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은 털어버리라고.

그 말이 너무나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세상에 좋지 않은 사람들은 없다. 시댁이건 친정이건 직장인건.

하지만 나의 사적인 영역과 존엄까지 간섭한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닌 사랑의 탈을 쓴 자기 합리화 일 것이다. 


남이 나와 같길 바라지 말고, 질투 난다고 가족의 애정을 가장한 말도 하지 말 것이며

함부로 그 사람의 입장이 아니고서는 비난하지 말자. 

오히려 애쓴다, 그 상황에서 다 해내느라 힘들겠다, 대견하다 말해주면 좋겠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희생한 것 같고, 고통스러운 것 같아도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상황이 아니면,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누구도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은 아니며, 만만해 보인다고 막 대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그게 설령 가족이라면 더더욱.

이 세상에 배려 없이 막 대할 사람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어떤 사람이 좀 쉬워 보이는가. 여과 없이 감정을 표현해도 될 것 같은가.

그건 그 사람이 당신에게 엄청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을 존중하고 계속 잘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이 깊어지는 하루다. 

작가의 이전글 <설거지를 하기 싫은 건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