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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an 23. 2024

200이란 숫자는

싸이월드 감성 같은 글을 한 편 쓰고 나니 브런치에 쓴 글이 200편째다.

수많은 브런치 작가님들 속에서 200편 쓴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냐만은.

문득 200이라는 숫자를 보나 짝수가 주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홀수는 odd(=strange) number인 건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마저 든다. 편견이 갑자기 샘솟는다.


100편을 향해 글을 쓸 때는 고지를 정복하고 말겠다는 의지의 인간처럼 한 땀 한 땀 글을 써나갔다.

앞에 보이는 정상에 금방이라도 도달할 것 같지만 어찌나 속도가 느리던지.

거북이걸음 같은 느림이 아니라 기어이 쩌걱쩌걱 풀에 붙은 소리를 내며 올라가는 기분이랄까.

처음 목표와도 같은 100편에 다다랐을 때 주변 작가님들의 축하와 칭찬에 자존감이 울창하게 자라났었다.


다시 시작하는 1번(101번)이라는 숫자가 금세 200에 도착할 듯했지만 주춤거렸다.

순간적으로 쓰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급감했다고나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바빴다고 해두자.


200~300, 평균적으로 버는 일반 사람들의 월급 혹은 매달의 수입.

대기업이나 공기업 사업가(자영업자 말고)는 어떤 상황인지 난 모른다.

다만 평균의 값을 생각해 보니 200이라는 숫자가 참 우리 삶과 연관된 애매한 숫자 같다.

온라인 세상에서만 수천, 수억씩 버는 사람도 있다던데, 구직란 사이트엔 적힌 연봉은 계산해 보면 얼추 저 금액이다. 


보지 못한 세상, 가보지 않은 길에 수많은 인생과 직업, 선택지가 있겠지만

오늘의 시선에서 보는 저 200이라는 숫자는 처음 100편을 쓸 때, 기어이 써 올라갔던 글의 속도만큼이나 답답하게 느껴진다.


뭐 그렇다 할지라도 기어이 그 이상을 벌어보겠노라며 고군분투하겠지만.

불과 몇 주전 '주언규 피디'의 뷰트랩 모집을 보고 50만 원 얼마 안 되니 투자해서 배우자 싶다가도 뒤로 주춤하던 내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동창은 자본가가 꿈인 사람이라 주식이며 독서 모임이며 기차게 하는데 뷰트랩을 신청하고 서울로 주언규 피디에게 배우러 다닌다.  계속 '아이고 되다'를 반복하는 요즘 나란 사람은 숨이 약간 차서 헉헉댄다. 그러다가 책 속으로 영화 속으로 도피를 하는데, 그럴 때면 주인공의 삶을 핑계 삼아 눈물을 쏟아내 본다. 울기, 눈물 쏟기가 요즘 나의 감정 표현법 중 하나인데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나의 평소의 삶에선 전혀 눈물이 나지 않는다. 소소한 감정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영화 보기가 톡톡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일부러 잡곡밥을 먹듯 잠을 꼭꼭 씹으며 잔다. 

몸의 리듬대로 잠을 못 자면 새벽까지 잠을 못 자는데 차라리 일찍 못 일어나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꼭꼭 꾹꾹 아침잠을 자자 싶다. 다시 새벽의 맛을 보면 선뜻 그러지 못하겠지만.


부지런하지 못해 그로로에도 헤드라잇에도 글을 못쓰고, 블로그도 주춤한 요즘이다.

200이란 숫자를 기어이 만난 나를 보며 한 가지라도 계속해보기로 한다, 당분간은.

하고 싶은 거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드러내다 보면 다른 결과를 만날 거라 믿는다.

300이란 숫자를 만나는 날엔 또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이걸 생각하니 기대가 되고 약간 간질간질 설렘도 느껴진다. 

잔잔한 파도가 되어 철썩거리며 바위를 치고 싶다.

그곳이 파여서 나의 흔적이 남을 때까지.


수고했어요, 200만큼 응원해요, 마음 돌봄.(윽, 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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