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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an 24. 2024

멍청이의 33,000원.

고마워요.

멍청이라고 해줘서.

정신이 살짝 납니다.


기계만 보면 두려운 나.

이상하게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본 게 이 녀석(노트북)의 모델명이 맞나.

이름이 이렇게 긴 거니?

알파벳의 나열이구나.

중간에 숫자도 있어.

물론 다 이유가 있겠지.


업계를 모르는 무식한 소비자라 어쩔 수 없다.

엘지전자 홈페이지를 열어보았다.

노트북 충전기가 사망의 길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홈페이지 잘 만들어놨다.


'엘지 그램 16인치 노트북충전기'를 검색창에 써본다.

없다.

챗봇이 다가온다.

'고객님, 도와드릴까요?'

'네, 도와주세요.'

'엘지그램 16인치 노트북 충전기 찾고 있어요.'


부속품 - 노트북 어댑터 일체형/분리형 - C to C 케이블 종류도 많다.

열심히 내가 갖고 있는 어댑터 일체를 찾아본다.(심지어 이 용어도 홈페이지서 보고 암)

모델명을 찾아보고 비교해 본다.

이 녀석이 맞는 듯하다.






이 아이의 이름 같은 것








쉼 없이 내리는 눈과 함께 나에 대한 생각도 쌓여간다.

대기업 연구원들 참 똑똑하다.

이런 걸 어떻게 만드는 거지.

연구원들이 만드는 건 맞나. 직원들인가.

내 머리는 굳어지는 건가.

이런 거 찾는 게 왜 어렵지?

차라리 직접 가서 구매하는 게 낫다 싶어 서비스센터에 전화하니 집 근처 센터는 없어지고 차로 25분은 가야 하는 곳으로 안내해 준다. 무리한 동선.

간단하게 인터넷 구매를 하면 되는데 혹시나 잘못 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남편에게 물어보고 확인해 보니 고치지 않고 살 생각부터 한 다부터 모델명을 보면 되는데 왜 자꾸 물어보냐는 책망이 흘러나온다.

자꾸 물어보는 나에게 던진 한 마디.

"왜 그렇게 멍청해? 다 제품에 적어져 있으니까 봐봐."


남편에게 서운할 때면 언제나 소리 없는 복수를 다짐한다.

그래, 이거야.

사람에게 기대면 안 돼. 정신 똑띠 차려라. 널 책임질 건 너밖에 없다.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고마운 사람.

땡큐예요.

정신 차리게 해 줘서. 이것도 이제 점점 약발이 예전보다 세진 않지만 고맙네요.

고쳐보겠다면서 어댑터 버리지 말라고 하지만

난 33.000원에 구매했다오.

고치지 말아요. 돈으로 해결했어요.


머리가 좋아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독서인데, 이 방법이 과연 맞나 싶다.

읽기만 하다가 생각을 안 했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서 뇌를 골고루 자극해볼까도 싶다.

이래서 독서 모임도 하는데, 아직 멀었나 보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라기엔 모르겠고, 성격적 차이라기엔 변명 같다.

최대한 가볍게 생각하고 스트레스받지 않아야겠다.

당당함과 뻔뻔함이 무기인 나란 사람이니까.


똑똑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댓글로 남겨주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은 없지만 감사인사드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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