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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Feb 19. 2024

인생의 '졸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 사진을 재미있게 친구들과 찍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막상 졸업식 날이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세상에 나가기 전 대학생이었을 때 난 어떤 말을 들었을까.


초등학교 졸업을 한 둘째 졸업식에선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서 졸업장과 상장을 수여했는데, 운동장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을 때 마음이 살짝 뭉클했다.

이 장면의 아들의 인생에서 어떻게 기억될까.


요즘처럼 학생과 사회인의 경계가 없는 시절이 없다.

그러면서도 학생과 사회인은 극과 극을 달린다.

마치 더 이상 중산층이 없는 지금의 현실처럼.



'아티스트 이효리'의 국민대 졸업식 축사 전문을 읽으며 오랜만에 상념에 잠긴다.

그녀를 가수가 아닌 아티스트라 부른 이유는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예술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나 노래 부르는 가수 혹은 연예인 말고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을 던지는 사람. 


누구보다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건 유명인의 말이나 대단한 사람의 말이 아닌 자기 자신의 소리, 내면의 자아라고 말한다. 어차피 인생의 특공대이니 내면의 그 사람을 만나야 한다며 외친다. 

그럴싸한 모습이나 나에게 가족 같네 하고 다가오는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라며 첨언한다.


화려해 보이는 그녀의 삶에도 많은 시련이 있었을 것이며 자신에게는 늘 엄격해야 하면서도 타인에겐 좀 더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엿보였다. 늘 갈고닦아 야만 하는 유명인의 삶. 제주도에서의 삶을 선택했던 그녀의 마음이 엿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더 많은 기부와 자신을 위해 애써주는 소속사를 위해 상업 광고도 다시 시작했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조금 다른 결을 느낄 수 있었다. 2017년 이효리는 명언을 남겼는데, 훌륭한 어른이 되겠다는 아이의 말에 훌륭한 거 말고 아무나 되라며 말한다. 이 말에 왠지 모를 안도감과 통쾌함을 느낀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뭐든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삶에서 작은 숨구멍을 틔워준 말이었으니까.

특히 누군가 멋진 사람이 말로 행동으로 나를 일깨워주고 끌어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많이 경험하고 부딪혀보라는 말에서 많이 뜨끔했다. 멘토만 있으면 잘될 거라 생각했던 나의 지난날이 떠올라서이다. 결국 자신을 일으킬 사람은 자신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좋은 인연들과 내면의 깨달음으로 한층 성숙해져 갈 것이다. 







사진: Unsplash의 Patricia Beatrix Villanueva


유명인들의 졸업 축사는 늘 화제다.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힐러리 클린턴, 미셀 오바마, 그리고 코난 오브라이언.

그들의 축사엔 그들의 인생에서의 경험과 깨달음이 담겨있다.

당대 사회가 직면한 사회의 여러 가지 주안점들이 흐르고 있다.

민주주의, 인권, 여성문제, 아동문제 꿈 그리고 인간관계.

졸업 축사는 단순히 대학교 졸업생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인생을 졸업하기 전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축사와도 같을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도 스탠퍼드 졸업 축사에서 모든 외부의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자부심, 수치스러움 등의 감정은 죽음 앞에선 모두 떨어져 나가고 중요한 것만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남은 건 그저 열심히 점을 이으며 살아가는 것일 뿐, 현재를 사는 것. 현실을 사는 것.

그리고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사랑하고 믿어주는 것.

결국 그들은 그들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우리에게 전한 것이고, 그걸 듣는 우리는 동질감과 깨달음의 협업을 이룬다. 내가 나답게 되기 위해서 먼저 할 일,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알아가는 것. 모든 세상을 돌고 돌아도 깨닫는 단 하나의 진리다. 정체성의 문제는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주요 사건을 해결하는 마스터키다. 이걸 알지 못한다면 집에서 청소를 하더라도 주체적으로 하지 못하리라. 






이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BTS의 자신을 사랑하라는 소리에 열광하는 것도 졸업 축사에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도 우리 모두가 느끼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을 담고 있고, 뼛속 깊이 파고드는 울림 때문이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단, 너무 심각하지도 가볍지도 말기를. 나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격려하자. 지금 당신의 나이가 얼마이든 어떤 상황이든 그게 첫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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