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돌봄 Feb 21. 2024

당신은 뒷모습은 어떤가요

뒤통수가 동글동글한 아기.

손에는 뭘 쥐고 있나.

그 눈에 뭐가 보일까.

마냥 사랑스럽다.



열심히 식빵을 굽는 이 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졸고 있는 건 아닐까.

가장 편안한 장소를 찾은 것 같은데 길 위네.




뒷모습을 보면 신기하게도 그 사람의 앞모습까지 예상이 된다.

물론 거의 다 맞진 않는다.

바르게 걷는 뒷모습에선 잘 관리하고 있는 몸과 부지런함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겐 엄마의 굽은 어깨가 보일 수도 있고

긴 생머리를 나풀거리며 걷는 여학생의 큰 배낭이 보일 수도 있다.

추운 날씨에 잔뜩 움츠려들 거나 

오히려 찬바람에게 어서 와보라는 듯 당당하게 걷는 모습도 보인다. 


어떤 시에서 떠날 때가 알고 가는 자의 뒷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했는데,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오히려 그 모습은 서글픔을 동반한다.

떠나고 싶지 않지만 떠나야만 하는 자의 미련과 슬픔이 엿보인다.

용감한 결정이다.

점점 용기를 갖고 살기란 만만치 않다.

그냥 묻어버리고 싶고, 피하고 싶고, 도피하고 싶다.

자꾸 글을 쓰는 것도 그런 나 자신을 막기 위해서다.

드러내고 또 드러내서 바닥을 보여야 다시 차올라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타인에게 나의 뒷모습을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그들에게 많이 활기찬 모습이면 좋겠다.

아둔한 걸음걸이가 아니라 힘찬 스타카토처럼 가열차면 좋겠다.

그래서 기분까지 맑아지는 뒷모습을 간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가끔은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고 응원받는 뒷모습을 가지고도 싶다.

반갑게 툭 치며 만나서 좋다고 잘 지냈냐고 함박웃음을 짓고 싶기도 하다.

갑자기 들어오는 백허그는 싫지만 조심스레 다가와 잘 지냈냐고 물어본다면 

놀라지 않은 마음에 더 반가울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좀 더 가녀린 뒷모습을 갖고 싶다는 현실적인 욕망이다. 

정말 싫지만 운동하러 가야겠다. 

황당한 결론이지만 어쨌든 아름다운 뒤태를 갖고 싶은 건 사실이니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행복이 별건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