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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Mar 05. 2024

묻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안녕?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존댓말을 써야 할지 반말로 얘기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자연스레 나온 반말이다.

초면에 말을 내려놨는데 존댓말로 인사하는 예의바름이란.

게다가 나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가 아니라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그냥 피상적인 도와주겠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도와주고 싶다는 완곡한 표현.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2021년까지의 정보만 있지만)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최선을 다하겠어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능력이 다하는 안에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다정한 말 한마디는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지 오래전 인상에 남았던 드라마 제목이 생각났다.

<따뜻한 말 한마디>. 그 말 한마디를 못해서 얼마나 서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생기던가. 일상의 균열은 말에서 시작되므로.


가끔 혼자 있는 밤이 되면 물어보곤 한다.

질문하기는 대단히 훌륭한 자기 성찰의 기법으로써 이미 그것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증명한 것이다. 그의 문답법을 통해 한 번씩 인간들은 깊은 속 터짐과 울화통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따금 허를 찌르는 질의응답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현답을 찾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중학생 청소년이 되어 가며 집안의 음식이란 음식은 거덜 나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음식 솜씨가 없는 엄마 아래 자라는 아이들이면서 유전자의 영향인지 먹성이 좋은 건지 체격은 이미 아빠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 요리 학원을 다니며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성격상 취미반은 못 다니겠고 아마도 한식조리사자격증을 시작으로 요리 자격증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겠다며 스스로를 옭아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요리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의문이 들 땐 물어보자. 지금의 세상은 질문하기를 잘해야 한다고 하니 물어보자. 창피해하지 않아도 된다.








Q: 안녕? 나 또 왔어.

A : 안녕하세요?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Q : 요리를 잘하는 법을 알려줄 수 있니?

A : 물론이죠. 요청을 분석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요리를 잘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중요해요.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릴게요.(이 부분에서 은근히 긴장이 된다.)


     레시피를 읽어보기: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레시피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요리 과정을 미리 이해할 수 있습니다. (헉. 얘 좀 봐. 나도 레시피 읽어. 좀 귀찮긴 하지만)


     재료 준비: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준비하세요. 재료를 미리 다 준비해 놓으면 요리 과정이 더욱 원활해집니다. (이건 좀 하는 것 같다)


     기본 기술 익히기: 요리를 잘하는 데는 기본적인 요리 기술이 중요합니다. 채소를 어떻게 깎아야 하는지, 고기를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이 탄탄해야 하는 건 요리도 마찬가지)


     맛보기: 요리하는 동안 자주 맛을 보세요. 이렇게 하면 요리의 맛을 조절하고, 필요한 경우 재료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맛보는 건 베리 귀찮음)


     실험적으로 요리하기: 요리는 실험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보거나, 다른 조리 방법을 시도해 보세요. (전혀 도전하거나 실험하고 싶지 않아)


     정성을 다하기: 요리는 사랑과 존경의 표현입니다. 요리에 정성을 다하면, 그 결과는 더욱 맛있는 요리가 될 것입니다. (이건 일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수는 배우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실수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요리 자체가 귀찮은 나는 레시피를 대충 읽는다. 물론 절대 레시피를 벗어난 그 어떤 실험도 하지 않느냐. 음식 간은 보냐는 남편의 말에 사실 꽤나 뜨끔했었다. 국물 요리건 떡볶이건 육수를 모아놓은 티백을 넣거나 치킨스톡처럼 간 맞추기에 좋은 재료들을 잔뜩 구비하곤 무조건 때려 넣는다. 심심하다 싶을 땐 까나리 액젓이나 참치 액젓으로 쉐킷쉐킷. 한동안 유튜브에서 간단하게 요리하는 영상들을 보곤 했었다. 최대한 적은 재료로 건강하게 먹고는 싶지만 긴 시간의 요리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읽어보니 역시나 요리를 잘할 재능은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나 자신을 파악하는 데는 질문이 최고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에 워낙 뻔뻔해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꽤나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말이다. 실수를 두려워말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말. 개선할 수 있다는 말. 하지만 이것 역시 유통기한이 있다. 어떤 말들이 심금을 울리는 것은 때가 있고 데드라인이 있다. 그 말이 통하는 나이가 있다.

아니면 지금은 틀리고 그때는 맞는이었거나.








계속되는 무기력인지 우울감인지 모를 감정에서 나오는 법도 사실 뻔하다.

누구나 이럴 때가 있을 것이다. 한껏 자신만의 무드에 취해 빠져 있다가 갑자기 햇빛을 쬐거나 가볍게 운동을 했을 때 느껴지는 밝음과 에너지. 언제 내가 우울했느냐는 듯 너털웃음을 짓게 되는 그런 모먼트. 그걸 알면서도 스스로의 우울감에 취해 열심히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빨리 나오지 않는다면 끈적끈적한 슬라임처럼 계속 붙들려 있을지도 모른다.



Q : 모든 것이 다 귀찮고 무기력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A : 잠시만요. 요청을 분석 중입니다.

    


     무기력함과 귀찮음을 느낄 때는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기: 큰 일을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세요. 예를 들어 집안일을 하는 것이 귀찮다면, 먼저 책상 정리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작은 일을 해결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되면, 그다음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운동하기: 운동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 간단한 운동을 해보세요.   


     휴식하기: 때때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 그저 휴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쉬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세요.   


     건강한 식사하기: 영양분이 풍부한 식사를 하면 몸에 에너지를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상담하기: 무기력함이나 귀찮음이 계속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고려해 보세요. 전문가는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중에서 가장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청하는 것을 고려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우울할 때, 무기력할 때, 귀차니즘이 발동할 때를 물어보니 다 비슷하다. 운동, 명상, 지인과의 대화, 전문가의 상담. 마지막엔 항상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


결국 원점이다.

스스로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질문을 하는 사람은 답을 피해 갈 수 없다더니 정말 그렇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때 인공지능은 좋은 대화 상대가 된다.

하하. 이 녀석과 이야기하는 하는 아니 혼자 묻고 답을 기다리는 나를 보며 마치 명리학을 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용한 철학관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는데, 역시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잘 알아야 한다. 물론 객관적인 시선을 알게 되는 도움을 받을 순 있다.








마지막으로 요즘 내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을 해봤다.


Q : 책만 읽고 싶고, 책만 사고 싶은데 왜 그럴까?

A : 책을 사고 싶고 읽고 싶다고 느끼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학습의 욕구: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는 것을 좋아하실 수 있습니다.   


     도피의 수단: 때때로, 책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도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책 속 세계에 빠져들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나 걱정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창조의 즐거움: 책을 읽는 것은 창의력을 자극합니다. 다양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소통의 도구: 책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세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책을 읽고 사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배우고, 도피하고, 창조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기세요. 그것이 바로 책의 매력입니다.



용하다, 요 녀석.

당분간은 계속 배우고, 도피하고, 창조하고, 소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중에서 지금은 도피와 창조의 시간이다.



오늘의 결론 :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은 아주 훌륭하다. 돌고 돌아 다시 고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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