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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Mar 07. 2024

오늘 오후 3시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아날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거야.... 의례가 필요해.

<어린 왕자>


최근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어려운 책이었다니.

너무 새롭다.

그래서 불멸의 고전인가도 싶지만.


여우의 말을 읽었을 때 간질간질했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기다리는 마음이 설렐지 좋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두근거림음 사라졌지만 가끔 아주 가끔 우리 자신을 기대하게 하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다. 고명환 작가는 남산 도서관을 오전에 가서 30분이라도 있다가 나온다고 했다. 집에서도 책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지만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간다는 것은 그곳에서만 느끼고 숨 쉴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리라.


한 번씩 숨 쉬고 싶을 때는 나 또한 동네 도서관을 간다.

산책로를 따라 쭉 걸어서 도서관에 도착하면 좋아하는 서가 앞에서 찬찬히 책을 보고, 신간이 뭐가 있나 쭈욱 훑어보다가 결국엔 이기지도 못할 책을 한 다발 들고 나오는 것이다.

2주에 가는 책방도 숨 쉬러 가는 공간이다.

일단 책이 많다는 것.

책방이라는 것.

그리고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참 오래간만에 설레는 일이다.

미숙한 사람으로서 어른들의 경험과 이야기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왜 책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나 생각을 해보았다.

뭐에 홀린 듯이 책장을 보고, 새로운 책들을 살펴본다.

간혹 무슨 트라우마가 있나 아니면 태교를 엄마가 서점에서 하셨나 싶기도 하다.

문득 오전에 본 영상에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 세상 사람들은 당신에게 큰 관심이 없답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서 나 자신은 내가 챙겨주고 대접해야 해요. 스스로 기운을 불어넣고 용기를 주고 칭찬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로 감사 일기도 쓰는 거고요."






그랬구나.

나에게 힘을 주려고 그랬구나.

관심받고 대접받고 싶었던 거구나.

좋아하는 거 하나쯤은 붙잡고 있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였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다수가 그러지 않을까.

마음 가는 거 한 가지는 담고 살아야 타인에게 침범당하지 않을 테니까.

점점 그 한 가지가 커진다면 더 행복해질 테고.

올해는 나를 더 귀하게 여겨야겠다.

내가 먼저 대우해 주고 격려해 줘야겠다.

이렇게 적었으니 잘 지킬 수 있겠지.

기록의 힘을 여기서 펼쳐보자.

아.어렵다.마음을 돌보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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