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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Mar 13. 2024

인생은 B와 D사이의 C

치킨의 기억은 꽤 오래됐다.

치킨이 취킨이 되기도 하는 요즘 시절.

난 통닭을 먹던 아이였다.

최고의 외식거리이자 음식은 시장에서 갓 튀긴 통닭이었다. 

바로 시장이 연결된 동네에 살았는데 그 옆엔 중학교와 도서관도 있는 동네였다. 

할머니와 저녁거리를 사러 나가보면 북적대는 느낌이 좋았고, 시장에 유일하게 있던 약국 이모는 하얀 가운이 참 잘 어울리고 예뻤다. 

많은 닭들이 닭장에 있었고, 날개를 퍼덕거리면 냄새가 났다.

그들이 곧바로 통닭으로 변신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생일이 되거나 가족들이 외식하고 싶은 날 여지없이 통닭이 함께 했고, 바삭바삭한 기름맛이 일품이었던 통닭은 몇 년 후엔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더 불리었는데, 여성복 가게를 운영하시던 엄마가 서울로 물건을 매입하러 가는 날이면 버스를 타기 전 멕시카나 치킨을 시켜주셨던 기억이 난다. 어차피 내일이면 돌아오지만 밤에 엄마 없이 자야 하는 딸들에게 저녁은 항상 양배추 사라다(샐러드 말고)와 함께 숯불에 구운 맛인 멕시카나 치킨이 허전함을 달래주곤 했다. 동생과 나는 짭조름한 맛을 참 좋아했다. 그 치킨에선 엄마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여름방학이 되면 치킨이 아닌 고속버스를 타고 엄마 옆에 있었다. 시장에서는 새벽의 활기가 느껴졌고, 가출한 듯 보이는 분홍머리 청소년들부터 몇 분 안에 뚝딱 김치국수를 마는 아주머니들까지 사람의 사는 모습의 다양함을 역시나 남대문이라는 대형 시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동생은 유달리 치킨을 좋아했다. 

시간이 지나 시장 통닭마저도 그 맛이 그리워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동생 덕분에 여러 종류의 프랜차이즈 치킨은 다 먹어볼 수 있었다. 최양락 아저씨가 익살스럽게 노래를 부르던 페리카나 치킨부터, 짠맛이 맛있는 교촌치킨, 바삭바삭함이 일품인 네네치킨, 가성비 좋은 아주커 치킨부터 여러 다양한 맛과 콘셉트의 치킨까지 현재 치킨은 대한민국의 소울푸드이자 춘추전국시대이다. 맛도 양념, 후라이드, 간장, 뿌링클, 카레 등등 참 다양해서 선택지도 많다. 가끔은 종류가 몇 개 없었던, 맛도 후라이드나 양념이 전부였던 그 시절 치킨이 많이 그립기도 한데 그건 아마 아이였을 내가 느꼈던 추억의 맛이리라. 아이들도 치킨을 참 좋아하는데 웬만한 양으로는 감당이 안된다. 두 마리 세트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흔히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하는데, 지금 보면 B와 D사이의 C는 치킨(Chicken)의 C가 아닐까 싶다. 후라이드가 될지 양념이 될지, 혹은 간장이 될지는 내가 선택해야 한다. 

어쩌면 아직도 모를 수도 있다. 나이, 장소, 운명, 노력, 혹은 그냥 저스트 두 잇. 통닭이 30여 년에 걸쳐서 다양한 치킨으로 진화했듯이 우리도 계속 진화중일지도. 그러니 조급해하지도 포기하지도 말자. 혹시 모른다. 또 다른 새로운 치킨이 내 손에서 탄생할지도. 오늘의 치킨만큼 소중한 내일의 치킨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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