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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Apr 09. 2024

아들들이 청소를 안 하는 이유

북토크를 가면 늘 연예인을 만나는 기분이다.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유튜브 교육채널에서나 보는 분을 만나는 건 더 신기방기한 일이다.

며칠 전 교육유튜브 <대기자 TV>에서 봤었고, 작년 좋은 엄마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책의 저자인 '윤우상' 박사님을 만났다.

<엄마 심리 수업> 이란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참 좋게 읽은 기억은 군데군데 남아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느낀 건 특히나 나 같은 중학생 엄마에겐 말이다. 딱 하나다.

거. 리. 유. 지


그렇다.

그들과의 나의 거리 유지.

짜증 내고 툴툴거려도 상처받거나 발끈하지 않고 받아주는 거리.

가끔 선을 넘을 땐 내가 니들 엄마인 게 감사한 줄 알라며 한 소리 날릴 줄 아는 거리.

힘들고 쉬고 싶을 때 베이스캠프가 될 거리.

맛난 음식을 잔뜩 해주고 엉덩이 토닥여줄 거리.

거미 세 마리가 나와야 겨우 방 청소를 하는 아들들을 기다려주는 망부석의 거리.


이 날의 북토크엔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분을 제외하고 이 몸이 두 번째로 큰 아이 엄마였다.

다른 부모들의 고민들을 들으며 그땐 그랬지 하며 새삼스레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유일한 청일점이었던 한 아빠의 고민을 들으며 요즘 젊은 부모들의 모습도 봤다.

각자의 나이에서 자신만의 고민으로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고 있는 부모들을 보자니 괜히 혼자 뿌듯하기도 하고 부모 노릇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끼며 나의 질문까지 던졌다. 이럴 때 보면 나란 인간은 참 관종이다.

굳이 나서서 나를 보이고 질문을 한다. 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양보해도 될 텐데 말이다. 허나 각자의 고민은 나름 있는 법.


정글 같은 방을 유지하는 아들들의 방을 보면 살며시 문을 닫고 마는 요즘, 왜 아들들은 청소를 하지 않는 건지 물어봤다. 우리 집 아들들만 예외적으로 청소나 방정리를 안 하는 것인지, 범세계적인 남자아이들의 마땅한 추세인지.


'뭔가 심리학적인 이유가 있을까? 부모와의 관계 그 너머의 무엇이려나, 두구두구.'











음, 저희 딸도 참 정리를 안 해요.
가끔 서울에서 집에 내려오면 엄마가 정리해 놓은 깔끔한 방을
하루 만에 초토화시켜요.
딸아이 집에 찾아갈 때 우리 부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갑니다.
사실 제 연구실이 그래요. 자료가 다 쌓여있거든요.
그나마 아내가 정리를 잘하는데, 하하 부부가 닮아가네요.










그렇다.

결론은 나와 남편에게 있었던 것이다.

굳이 당신의 이야기까지 하시면서 말씀해 주시는 게 나에 대한 배려인 듯싶다.

차마 엄마, 아빠가 정리를 잘 못해서 그래요.라고 말하시기는 힘드셨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전 오늘도 이렇게 청소만능로봇의 탄생을 기다리며 걸레를 듭니다.

과학자들이여, 힘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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