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돌봄 Apr 30. 2024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

뭐든 경험만 한 게 없다.

책으로 영상으로 간접 경험을 하든 직접 부딪혀서 경험하든 간에 말이다.

전자는 혼자 생각을 하기에 좋고, 후자는 리얼함이 느껴져서 좋다.

뭐 때문인지 남편은 며칠째 내게 불퉁하다.

원래 있던 유머나 애정의 말이 전혀 없이 건조하다.

지난 토요일은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앞두고 숙제를 제출하는 날이었다.

엄마, 자영업자, 딸, 아내 등등 많은 일을 등에 맨체 널을 뛰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식구들이 모두 잠자리에 드는 밤 시간이 엄마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드디어 각종 업무와 집안일을 끝내고 앉아서 마무리 글을 쓰는 중 남편은 갑자기 자기도 책을 읽겠다며 잠에 들지 않는다.

인덱스를 찾고, 차 한잔을 끓이고 물어보지 않고 알아서 물건은 찾으면 될 텐데 자꾸 말을 시키니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안 자? 새벽 한 시 넘어가. 피곤하다고 앞으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다며? 

잡시다, 부인."


제발 그대나 어서 주무시오 라는 말과 함께 나 좀 내버려 두라며 소리를 냅다 질렀다. 

그날 이후다. 

새벽까지 씩씩대며 잠을 못 자더니 결국 거실에서 혼자 잠이 들고는 그  후로 지금까지 뾰로통하다.

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나나 불만에 가득 차서 건조하게 대하는 남편이나 역시 부부 싸움엔 영 소질이 없다. 대판 싸워도 보고 지지고 볶아 봐야 하는 신혼에도 우리는 싸우지 않았다. 어쩌면 나의 회피 정신이 그때도 있었을지 모른다. 서로 끝을 가봐야 오히려 선을 넘지 않는 걸 알면서도 꽤 평화롭게 잘 지냈다. 

어떤 순간엔 끝없는 대화로 이야기를 하며 풀기도 하고, 서로의 배려로 부드럽게 넘어간 적도 있다.

이번엔 딱히 할 말이 없다.


"왜 그래? 서운했어? " 이 말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싸움도 해본 놈이 잘 알고, 잘하겠지.

하나의 일에 꽂힌 나는 이 일의 결말을 어디로 끌고 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혹은 맨투맨으로 깔끔하게.

모 아니면 도다.


사진: Unsplash의Thomas Kinto


작가의 이전글 퍼스널브랜딩이 필요한 진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