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러비언의 법칙'이란 미국의 언어학자 앨버트 메러비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사람의 첫인상을 구상하는 여러 요소 중 시각적 요소(용모, 표정, 제스처), 청각적 요소(발음, 억양, 톤)의 비언어적 요소가 93% 언어적 요소(말의 내용과 메시지)는 7%를 차지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면접 교육 때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시각적 요소란 연예인 같은 외모를 가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면접을 시작되며, 깔끔한 외모와 단정한 헤어, 나에게 맞는 퍼스컬 컬러와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옷차림으로 좋은 이미지를 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심어진 안 좋은 이미지를 바꾸려면 200배가 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호감을 비호감으로 바꾸는데도 7~8개월의 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양치기 소년이 계속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진실을 말했을 때 사람들이 끝내 믿어주지 않았던 것처럼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데도 이처럼 어마어마한 공력이 든다.
첫인상이 좌우하는 힘이 운명과 사랑까지도 바꿨다면 너무나 지나친 비약일까. <오만과 편견> 속 '다아시'가 그러했다. 그의 츤데레 같은 성향을 알기에 엘리자베스에게 그의 첫인상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서글서글한 친구 '빙리'와 비교되니 그의 '오만한 인상'은 배가 된다. 재산이 빙리보다 더 많다 해도 말이다. 그 시대에 남성의 재산 규모는 꽤나 화제가 되고 중요한데 그마저도 일갈시켜 버리는 첫인상이라니, 소설이 결말을 향해 가는 내내 그의 선의는 오해받고 엘리자베스와 대립되었다. 첫 청혼은 엘리자베스가 느낀 어이없음으로 점철되고 소설 말미에 가서야 그의 선한 모습, 오히려 진중한 모습이 드러나며 '편견'속에 갇혀있던 진실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무려 최신 완역본 기준 540페이지가 넘는 대서사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원 제목은 <첫인상>이었다. 이 제목도 작품을 잘 드러내는 제목이라 생각한다. 여성이 글을 쓰거나 작가가 되는 건 금기시되었던 시절 오로지 아버지의 도움으로 출판사에서 사인할 자격도 주어지는 딸의 책은 작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출판사에서 거절되며 작품을 쓴 지 십 년이 지난 후에야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이름을 밝히지 못한 채 '한 숙녀로부터'라고 작가명을 쓸 수밖에 없었던 시대. 어쩌면 그것은 남성 위주의 오만한 시대에 여성에게 갖는 편견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다. 그녀가 이후 작품 활동으로도 오두막 한 채도 살 수 없는 재산을 소유한 채 41세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었지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지금까지 고전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해마다 '바스'에선 제인 오스틴 축제가 열린다. 교과서에 실린 작가이자 셰익스피어만큼이나 영국에서 존경받는 작가이다. 이렇듯 시대가 낳은 그녀 혹은 여성에 대한 '첫인상'은 시대와 세대를 거쳐 변화하며 편견이었음을 드러낸다.
영화 <오만과 편견>
첫인상이 좋았으나 결국 인성과 진실이 드러나 이미지가 바뀔 수도 있다. 혹은 첫인상 그대로의 이미지가 딱 들어맞는 경우도 있다. 누구나 사람은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 외모를 깔끔하게 관리하고 웃음기 있는 표정 혹은 의상들. 하나 과한 의상은 타인에게 부담을 줄 우려가 있고, 어울리지 않는 화장법은 다소 어색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이미지 메이킹으로 상대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녀노소 영 앤 리치톨 앤 핸썸뷰티 그 어떤 경우라도 사람의 눈은 분명 비슷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나를 죽이며 잘 보이려 할 필요도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도 없다. 나다운 모습이면 충분하다. 강의의 끝에 학생들에게 말한다.
"면접관분들은 이 안에서는 면접관들이지만 밖에 나가면 그냥 평범한 이웃 어른들입니다. 예의 바른 태도는 필요하지만 긴장하지 마세요. 편하게 하세요. 순수하고 진실된 모습이면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