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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May 26. 2024

The Bookshop(북샵)

주인공 '플로렌스'는 16년 전 사별한 남편과의 사랑이 시작된 '허드버드'에 서점을 열기로 결정한다.

은행에서 상담하고 대출을 겨우 해서 '올드하우스'라 불리는 오래된 건물에 서점을 만들기로 한다.

남편은 밤마다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던 남자였고, 둘은 런던의 서점에서 함께 일하던 사이였다. 전쟁이 터진 후 참전했던 남편은 주검으로 돌아왔고, 전쟁미망인이 된 플로렌스는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책과 서점을 떠올린다.


'허드버드' 마을엔 서점이 생긴다는 소식이 퍼지고, 마을 주민인 어부는 책을 읽는 사람은 명문가의 후손이자 아내와 헤어진 후 홀로 저택에 셀프 고립을 한 '브린디쉬' 뿐이라고 말한다. 올드하우스를 수리하면서 살기 시작한 플로렌스는 마을의 재력가인 가밋장군 부부의 파티에 초대되었다. 사실 그곳에서 가밋 부인은 사람 좋은 척 하지만 플로렌스에게 '올드하우스'를 포기하고, 다른 곳에 서점을 하라고 말하기 위해서이다. 올드 하우스에 예술 센터를 세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다른 장소들도 많지만 올드하우스는 오래된 건물이고 오래된 건물은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플로렌스는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고, 열심히 서점을 만들어간다. 보이스카웃 아이들의 도움으로 선반을 만들고, 신중하게 책을 선정해 서가를 채워간다. 그러던 중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똑똑한 여자 아이 '크리스틴'을 조수로 고용하고 서점을 꾸려간다. 크리스틴은 어리지만 영리하며, 지혜롭고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보다 야무지고 진실을 아는 아이다. 둘은 고용주와 고용인이라기보다는 친구 같고 멘토와 멘티 같은 관계다. 영화는 처음부터 어른이 된 크리스틴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크리스틴과 플로렌스


브린디쉬 씨는 플로렌스의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첫 번째 고객으로 그녀에게 좋은 책을 추천받기를 원하는데 소설이나 기타 작품에 관한 본인만의 취향이 꽤 확실하며, 말투나 태도도 신사적이고 예의 바르다. 그녀가 추천한 '래이 브래드버리'의 소설에 푹 빠져들고 <민들레 와인>이 출간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가밋 부인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용기 있게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친절함을 잃지 않는 그녀를 좋아하고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한다. 책으로 시작한 그들의 만남은 조용하지만 견고하다. 마을 사람들이 부풀린 소문과 험담이 그들의 순수하고 용기 있는 마음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가밋 부인은 권력을 이용해 플로렌스를 압박해 간다. 법조계에서 일하는 조카를 이용해 건물법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서점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교통이 불편하다며 항의한다. <롤리타>라는 작품을 판매하는 서점을 외설적인 책을 판다며 폄하한다. 아울러 재력을 이용해 다른 서점을 마을에 열기까지 한다. 마치 작은 가게를 집어삼키는 거대 기업의 횡포처럼 느껴지는 이 일련의 과정들은 잔잔한 재즈 음악만큼이나 조용히 진행된다. 우아한 척 하지만 '브린디쉬'의 말처럼 '가밋부인'의 행동은 예상한 만큼 치졸하며 혐오스럽기조차 한다. 브린디쉬씨가 가밋 부인에게 경고를 하고, 부당한 행동을 멈추라고 말하고 돌아가던 길에 쓰러져 사망한 브린디쉬씨의 죽음은 플로렌스에게 깊은 슬픔을 가져오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의 명예를 지켜준다.


브린디쉬와 플로렌스의 첫 만남


결국 가밋 부인과 마을 사람들의 협업으로 그녀는 올드하우스 서점을 빼앗긴 채 허드버드를 떠나게 되고, 어른들의 비정함을 아는 영리한 소녀 '크리스틴'은 그녀 대신 아름다운 결말을 만든다. 책을 싫어하지만 플로렌스를 좋아했던 크리스틴은 플로렌스가 꼭 읽어보라고 권했던 <자메이카의 열정>을 챙긴 후, 올드하우스 서점을 불태운다. 후에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가 된 크리스틴은 마치 플로렌스의 순수한 용기와 친절한 어른다운 어른이었던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소설 <북샵>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 '피넬로피 피츠제럴드'는 1945년 이후, 영국의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는데, 61세 때 첫 소설 <황금아이>를 출간했다. 그 후 1978년 <북샵>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처음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점차 평론가들에게 인정받고 영국 최고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맨부커 상을 받았다. 실제로 작가가 영국의 사우스월드 바닷가 마을에서 서점을 운영했고 살았던 경험이 녹아져 있다. 꿈이 있는 순수한 평범한 사람이 절망의 순간을 겪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의 모습을 녹아 냈다. 자신의 힘을 이용해 타인을 억압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때론 그들은 똘똘 뭉치기도 하고 친구라 믿었던 사람조차 나의 적이 되기도 한다. 무수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브루투스만 존재한다면 생은 너무나 삭막할 것이다. 플로렌스에게 크리스틴과 브린디쉬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들은 존재한다. 주변을 돌아보라. 당신에게 누가 그들인지. 잔잔하지만 담백하고 예의 바른 대사가 너무도 우아하게 분노하게 해주는 영화 <북샵>이다.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외롭지 않다.
좋은 책이란 명장의 영혼이 담긴 정수로
삶 이상의 삶을 얻기 위해 영원히 보존되어야 하는
당연히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올드하우스 북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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