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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n 09. 2024

< 더 킹 : 헨리 5세 >

왕을 맞으라.

<더 킹 : 헨리 5세>


영화 <더 킹:헨리 5세>는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가 희곡이 원작이다. 5 막극으로 1599년에 초연된 이 역사극은 영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왕인 헨리 5세 이야기로 그가 속한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과의 장미 전쟁에도 얽혀 있고 후에 백년전쟁으로 이어지는 영국의 굵직한 역사 속에 존재하는 왕이다. 아버지 헨리 4세는 본디 랭커스터 지방의 영주로 지금으로 말하면 이장이나 군수였던 셈인데 당시 왕인 리처드 2세 왕의 친척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왕을 모욕한 자와 결투를 하는 등 왕의 명예를 위해 한 행동에 오히려 리처드 2세는 그를 귀향 보냈고, 때문에 헨리 5세는 평민들 속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랐으며 이는 백성과 함께 한 왕이라는 타이틀을 주게 된다. 헨리 5세의 아버지는 리처드 왕에게 재산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평소 리처드 2세에게 불만이 있던 귀족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고 잉글랜드의 왕 헨리 4세가 된다. 리 4세는 영어를 쓴 최초의 영국 왕이었고, 프랑스와는 피가 섞여 있는 관계로 훗날 프랑스 대륙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이어진다. 영화에서도 프랑스 공주 캐서린이 헨리 5세에게 정당하게 왕이 된 게 아니라며 지적하는 장면이나 헨리 5세가 영어를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에서 역사적 사실이 약간은 드러난다.


영화는 로렌스 올리비에와 캐네스 브래너 주연의 헨리 5세 이야기도 있지만 최신작은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더 킹 : 헨리 5세>이다. The King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영어에서 정관사 THE의 역할은 특별한 경우에만 붙여진다. 그만큼 용맹하고 지혜로웠으며 강한 잉글랜드를 이끌었던 헨리 5세는 영국 국민들의 존경을 받은 왕이다. 9년이라는 짧은 치세 기간에 전쟁을 통해 대륙을 통일했으며, 프랑스 왕까지 하기로 했으나 전쟁 중 전염병으로 사망하고만 안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왕위와 거리가 멀던 왕자 '할'이 25세의 젊은 나이로 왕이 되어 백성과 신하들의 인정을 받고 '아쟁쿠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세 시대라고 하면 멋진 기사과 아름다운 왕비나 공주를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전쟁을 묘사한다. 실제로 웨일스 전투 등 다수의 전쟁 경험으로 뛰어난 기사였던 헨리 5세는 영화 속에서도 싸움을 잘하는데 전쟁으로 무조건 해결하기보다는 그전에 일대일 전투를 제안하여 병사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재미있는 포인트는 미국계 프랑스인인 티모시 샬라메가 영국의 왕을, 영국인인 로버트 패티슨이 프랑스 왕자를 연기하는데, 로버트 패티슨의 어색한 영어 연기도 일품이다. 티모시 샬라메는 고뇌하는 젊은 왕, 지혜롭고 용맹한 왕의 모습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 시종일관 진흙 같은 화면의 전쟁의 모습을 더 극대화시키며 거친 진흙탕에서 벌어지는 개떼 같은 싸움은 전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남자는 아니지만 저렇게 원초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남자들은 어쩌면 동경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에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 헨리 5세의 연설 부분이다. 보병 9000인 영국과 기마병 40000명의 프랑스의 싸움에 앞서 병사들을 독려하는 헨리 5세의 스피치는 꽤나 감동적이다.




<성 크리스핀 날의 연설>

우리 소수. 행복한 소수, 우리 형제 무리여.
오늘 이곳에서 나와 함께 피를 흘린 자는 모두 다 형제다.
아무리 그의 출신 성분이 낮더라도 오늘 전투에 참여했다는 것이
그를 귀족과 동등하게 만들 것이다.

셰익스피어, <헨리 5세>



희극과는 약간 다르지만 병사들에게 너희가 잉글랜드 그 자체라고 말하며 앞장서는 왕의 모습은 요즘 원하는 리더의 모습과도 같다. 뒤에서 시키는 리더가 아닌 앞장서서 먼저 나가는 리더의 모습이다. 프랑스 왕이 될 그는 잉글랜드를 통일하고, 내부의 적까지 없앤 후 왕비가 되는 프랑스 공주 캐서린에게 언제나 진실만 이야기해 줄 것을 다짐받는다. 캐서린 공주는 거침없이 직언하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영국이 위기에 처할 때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가 회자되고 영화화되면서 영국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자존감을 올려주었다고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헨리 5세가 즉위할 때와 같은 나이인 25세에 티모시 샬라메도 25세였고, 젊은 왕의 모습을 더 극적으로 드러냈다.


영국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영국과 프랑스의 얽힌 역사가 흥미롭다면 봐도 좋은 수작이다. 특히 '아쟁크루 전투'의 장면은 치열하며 현실적이다.


헨리 5세 VS 프랑스 왕자
검술과 전쟁의 대가였던 헨리 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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