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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일기 : 뉴 챕터>

안녕, 브리짓 존스, 미시즈 다아시.

by 마음돌봄

요즘 영화는 상당히 빨리 극장에서 OTT로 떠나는 추세다.

마지막 브리짓의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집에서 만나게 되었다.

무려 2001년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시작한 영화가(사실 책이 먼저지만) 2025년에 이르러 시리즈의 마지막을 고했다. 30대 골드미스로 시작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50대의 싱글맘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르네 젤위거가 아닌 브리짓을 정말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여전한 그녀의 엉뚱함과 솔직함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이를 먹은 후 성숙함과 함께 배가 되었다. 우린 여전히 20대의 마음으로 40대, 50대의 얼굴로 살아가는데 죽지 않은 그녀의 열정과 솔직함에 안심이 되었다면 지나친 착각일까?


우리들의 '미스터 다아시' 콜린 퍼스는 수단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테러로 사망했지만 브리짓과 아들 빌, 딸 메이블의 삶은 계속된다. 다아시의 죽음은 살짝 충격이지만 영화 장면 장면에 조금씩 등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영국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도 다아시 역할을 맡았던 콜린 퍼스는 오만한듯한 인상과 진중하고 츤데레 같은 모습이 그 역할에 제격인 배우다 현대판 <오만과 편견>이라고 불렸던 브리짓과 다아시 그리고 바람둥이 다니엘의 이야기는 이번 영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다니엘은 여전히 여러 여자들을 만나지만 브리짓, 빌, 메이블에게 든든한 친구이자 삼촌으로 곁에 있다. 다아시가 사망한 지 4년 후, 추도식을 하는 대신 아이들과는 다아시의 생일을 기리며 살아간다. 다시 방송국 PD로 일하고 엄마로서도 여자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여전히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서 열심히 응원해주고 싶은 나를 발견한다.


학부모 직업의 날, 죽음 이후를 이야기하는 중


죽은 후에는 어떤 모습이 있냐는 아들의 질문에 과학 선생님이자 담임 선생님과 의도치 않은 토론을 벌인 모습에서도 브리짓의 진실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믿는 것이 과학이 아니듯 에너지는 이동하기 때문에 설사 그 모습이 사라졌을지라도 늘 우리 곁에 있다는 말에서 다아시가 곁에 있음을 가족들은 느낀다. 특히 아들 빌은 아빠를 잊을까 봐 걱정이지만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 브리짓은 연하의 남자와 잠깐 데이트도 하는데 그가 말없이 잠수 이별을 한 후 돌아왔을 때 성숙하게 이별을 고하는 모습에서 30대의 브리짓보다 좀 더 현명해진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싱글맘으로써 겪는 여러 가지 일상, 다니엘의 여전한 모습과 다정함이 공존하는 모습, 거기다 다니엘의 아들은 아빠의 바람기를 꼭 닮았는데 그 모습이 밉지 많은 않다. 30년 가까이 함께하는 친구들과 여전히 브리짓을 걱정하는 엄마와 브리짓 존스를 꼭 빼닮은 귀여운 딸 메이블까지, 특히 마지막 부분의 새해 전야 파티는 보는 이를 따듯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과학 선생님의 사랑 고백을 보며 과학도의 사랑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턴의 역학 법칙으로 사랑을 고백하는데 자신에게 가해진 반대쪽 힘. 그게 바로바로 브리짓이라고 말하는 윌러 커 선생님. 떠난 사람은 잊는 게 아니라 기억하면서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게 진짜 인생이라고 말하는 브리짓, 이제 아이들과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그녀의 인생과 사랑을 한껏 응원하고 싶은 영화다.

귀여운 아이들과 여전히 사랑스러운 그녀


수십 년간 계속된 시리즈의 마지막, 스무 살 대학생 때 만난 브리짓이 여전히 열정 덩어리여서 고마웠고, 성숙해져서 멋졌고, 행복해져서 눈물 났던 그런 영화였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처럼 하나의 세상이 아름답게 마무리될 때, 나 또한 세상의 빛이 변화함을 느낀다. 영원히 영국의 어느 곳에서 아이들과 그녀가 잘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인생의 감동 와 마법, 그리고 사랑의 힘을 믿으면서. 두서없는 영화 감상이었지만 결국 결론은 이거다. 이 영화는 N차 관람 필수.


'안녕'이란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만난 순간에 말하는 안녕과 헤어질 때 말하는 안녕.

당신의 삶이 편안하길 바라는 안녕의 의미를 담아 말하고 싶다.

안녕, 브리짓, 미시즈 다아시.

늘 만나고 싶고 헤어지고 싶지 않은 그녀, 영원히 평안하기를.


행복해야해, 브리짓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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