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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Mar 04. 2024

< 메리 셜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인간은 자기 주변의 모습을 닮아간다. 

영화 속 '메리 셜리' 또한 그러하다. 

읽고 싶었던 책을 영화로 먼저 만났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메리 셜리의 삶 속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이 있었다. 

자신을 낳고 며칠 되지 않아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당연한 첫 장면이다. 

어머니의 무덤의 묘비 앞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글자를 가르쳐주었다. 





'메리 셜리'는 1797년  영국의 급진적 정치사상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과 <여성의 권리 옹호>이 저자로 알려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딸로 태어났다. 둘은 결혼 제도에는 반대하는 입장의 문인들이었으나 메리의 호적 문제나 법적인 문제로 결혼을 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어머니의 얼굴도 모르고 자란 메리는 늘 엄마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문인 집안의 딸답게 글에도 재능이 있었다. 사이가 좋지 않은 계모와 살았지만 이복 자매나 남동생과는 꽤나 돈독하게 지냈다.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아버지의 서점엔 늘 책이 가득했고, 아버지와의 유대도 탄탄했다. 서점에서 여러 장서들을 탐독하고 아버지의 문하생들이나 당대의 사상가들과의 대화를 들으며 지적 허기를 달래곤 했다. 








스코틀랜드의 사촌 집에 갔을 때부터 만난 '퍼시 셜리'와 사랑에 빠졌는데 이때 그는 이미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퍼시 셜리는 당대에 인정받는 시인이자 문인이었다. 메리에게 글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늘 독려하고 사랑했다. 한편으론 자유연애를 지향하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메리와 갈등은 처음에 있었지만 결국 29세에 요절하기 전까지 둘의 사이는 돈독했으며 3명의 아이가 죽긴 했으나 결국 아들 하나를 남겼다. 

과학 실험이나 기괴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던 메리는 바이런의 초대로 퍼시, 사촌 여동생과 함께 그의 저택에서 여름을 보냈고 이 경험이 훗날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인물을 탄생시키는 초석이 되었다. 

계속되는 비 오는 날씨 속에서 여흥거리로 기괴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퍼시 사이에서 태어난 딸 클라라의 죽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계속되는 갈증. 유부남과의 사랑의 도피 속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시켜 나간다. 여성이 소설을 그것도 로맨스 소설이 아닌 SF 소설을 썼다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 사회의 시선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익명으로 (퍼시의 서문과 함께) 책은 출판되고, 몇 년 후 본인의 이름을 밝히기까지 시간은 걸렸으나 사회에 충격을 주는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작중 '괴물'이 <실낙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제국의 폐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을 읽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끝없는 물음과 고통에 빠져있었던 것처럼 메리 또한 단순히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넘어서 자기 자신의 내면 속의 그 무언가를 건드리는 '그것'을 늘 찾아헤매고 갈망했었다. 


결국 '글'이라는 것은 '책'이라는 것은 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며, 토해내고 싶은 '무언가'가 아닐까. 자기 치유의 단계를 거쳐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 말이다. 


시를 통해 대화하고, 마음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인물들의 삶 속에서 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도덕적인 선을 넘고 싶지는 않다. 메리가 아내 있는 남자를 사랑한 것처럼, 혹은 퍼시가 사랑에 대한 자신의 이념에 맞게 아내가 있지만 메리를 사랑한 것처럼. 그 점을 제외하면 극 중 메리는 꽤 매력적인 인물이다. 자신만의 의견이 분명히 있고, 표현할 줄 알며 절대 주눅 들지 않는다. 고딕 소설을 좋아하는 점도 무척이나 공감이 된다. 결핍과 상실을 아는 그녀이기에 이런 작품을 썼을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버림받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소외감을 느끼는 영혼들에게 혹은 나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외로운 프랑켄슈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사진: Unsplash의 Luca Franz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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