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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n 24. 2024

비빔국수 한 그릇

빠빠빨간맛

물가가 너무 올랐다.

흔한 말로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데, 나 같은 자영업자는 논외로 하자.

반찬 가게에서 둘째가 좋아하는 무생채를 급하게 샀다.

3,000원이다.

무 하나 사면 몇 번은 먹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에 반성 모드로 들어간다.

시간을 돈으로 사는 거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빠르게 일에 돌입한다.






가끔 가성비와 가심비를 잡을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해보곤 한다.

둘의 균형을 어떤 음식으로 맞출 수 있을까.

종종 왕돈가스가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늘 비빔국수가 쿵작이 맞는다.

달콤하지만 느끼한 왕돈가스는 고추가 짝꿍으로 나와도 살짝 아쉬운데 매콤 새콤달콤 비빔국수 한 그릇이면

균형이 딱 맞는다.

이도저도 아닌 날엔 오로지 국수만 먹으러 간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지역의 유명한 산 언저리엔 수많은 식당들이 있다.

그중에 유명한 집은 'OO국수' 집이다.

요즘에도 5,000원 밖에 하지 않는 멸치 국수와 비빔 국수가 메인 메뉴다.

관광지에서 유명하다는 국숫집보다 훨씬 몇 배나 맛있는 비빔국수.

양념장이 맛있어서일까 가격이 맛있어서일까.

도토리묵에 해물파전을 추가해도 식구들이 먹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20,000~30,000원이면 푸짐한 외식을 즐길 수 있다.






가끔 남편이 대패 삼겹 비빔국수를 만들어주곤 하는데, 그럴 때며 다시 새콤달콤한 맛에 빠져든다.

고기가 꼭 없어도 괜찮다.

소면이나 중면을 삶지 않아도 된다.

팔도 비빔면이 있으니까.

면을 삶아 찬물에 씻고, 참기름 또르르 깨 솔솔 뿌려 먹으며 고기를 먹은 느끼함도 흘려보내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느라 애쓴 열기도 바사삭 태워 보낸다.

비빔국수 위에 오이와 양배추는 아삭하고, 계란 반 개는 샛노랗다.

여름이었다.

비빔국수처럼 새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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