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돌봄 May 15. 2023

우린 다 운전면허가 있어요.

함께 갈 수 있음에 햄 볶는 날들

나이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급격히 바빠지는 느낌.

금방 나이가 들어버릴 것 같은 소심한 두려움.

어딜 가나 이제 아줌마로 보이는 외모.

이런 때는 무얼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하고 싶었나 뒤돌아 보았어요.

외국어를 멋들어지게 번역하는 번역가나 국제회의에서 통역하는 통역사가 되고 싶기도 했어요.

엄마 마음에 쏙 드는 학원을 롸이딩해주는 라떼맘이 되고 싶기도 하고, 잘 나가는 영어학원 원장도 되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마음속 무언가가 엉켜있는 머리카락처럼 정리가 되질 않았어요.


그래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답니다. 

아니요, 작가라는 말이 사실 거창해요. 괜스레 민망하죠.

그냥 글을 쓰면서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급박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일에서 오는 번아웃과 십 년의 세월이 훅 지나가버린 육아를 하면서도 어설픈 독서가의 삶은 놓지 않았어요.

편중된 독서일지언정 동아줄을 붙잡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어요.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애매함에 잠식당하고 말겠구나.


자꾸 언어나 말이 어눌해지는 느낌도 들었답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며 성장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독서모임을 하기란 여의치 않았습니다. 

어디서 찾아야 할까.

혼자 브런치에 글을 끼적이던 어느 날, 브런치 작가 도전 프로젝트를 보고 시작한 글쓰기.

와.

혼자 했으면 절대 합격하지 못했을 것 같은 확실한 느낌.

도전 과제 외에는 어떤 톡도 올리지 말자 했지만 대화의 물꼬가 트이니 방언 터지듯 서로의 의견과 안부를 묻기 시작했어요.

미라클모닝, 운동모임 그리고 드디어 독서 모임까지.

워킹맘 독서모임으로 시작했던 북클럽은 이제 '사브작 북클럽'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지요.


그런 게 있어요. 

뭔가 끌리는 느낌.

줌으로 만나는 비대면 독서이지만 끈끈한 느낌.

역시나 옳았습니다. 

다양한 직업과 서로의 인생에서 배우는 삶의 다양함.

책을 더 읽고 사유해야겠다는 당연한 깨달음.

시간불문 나의 주접을 받아주는 새로운 인연들.

이 말을 해도 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나를 포장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사유하고 애쓰는 그녀들.


아침마다 쌓여있는 300+ 카톡에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

2주에 한 번 북클럽을 위한 줌을 엽니다.

책과 관련된 영상이 있으면 함께 보기도 해요.

직업병과 같은 연계독서 때문이죠. 

저만 그래요.

하지만 호응해 주는 그녀들이 있기에 또 이것저것 찾아봅니다.

같은 시간 속에 성장하는 내가 보입니다.

분명 같이 가는 사람이 세 명 이상이면 그중에 내 스승이 있다는 공자님의 말씀은 진리네요.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기로 했어요.

지칠 때는 그냥 마음에 드는 편한 좌석에 앉아있기로 해요.

운전은 계속될 거고 중간 정차는 없으니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답니다.

혹여 창 밖을 하염없이 보다가도 옆을 돌아보면 서로가 있을 거예요.

운전은 번갈아가면서 할 거니까 충분히 쉴 수도 있어요.


책을 읽고 오지 않은 날은 속으로 미안할지언정 민망해하진 않기로 했어요.

언제나와도 반갑게 반겨주는 사람들.

같이 웃고 같이 읽고 함께 글을 씁니다.

우리들의 또 다른 스무 살의 시작을 축하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찾아 준 그녀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