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습니다.
300번째 글을 쓴 이후,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사실 지난 8월 이후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었다.
마음이 잠시 멈춰버렸고, 현실에 매몰되었으며 평범하고 소중한 날들이 지났다.
하루 종일 하고 싶은 일과 꼭 해야만 일들 사이의 시간에서 헤매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아직은 따뜻해서 늦여름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날씨를 보고 있자면 한없이 부럽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 수 있는, 누구의 질책하는 목소리도 듣지 않을 수 있는 자연에게 질투가 났다.
평소대로라면 이미 브런치 글은 350편은 넘었으리라.
운 좋게도 책 출판을 계약한 이후, 글은 소강상태다.
머릿속엔 온갖 책들이 맴돌지만 밀려드는 새로운 책들에 허우적대다 방향키를 잃어버렸다.
마음의 업 앤 다운을 반복하며 지냈던 시간들.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하나 망설이던 시침과 분침 속에서 이제야 맘이 조금 놓인다.
'책 쓰기는 기획이다'를 외치며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민 예비 작가는 호되게 혼이 나는 중이었다.
멋모를 때 결혼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처럼 출판을, 책 쓰기를 모르니 이런 말을 할 수밖에.
한 글자도 쓸 수 없는 시간들.
글쓰기 모임에서 글감을 받아도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던 활자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도착한 나는 변곡점의 기로에 서있던 것이다.
시험 보기 전 읽는 소설책이 꿀맛인 것처럼 글의 서문도 제대로 열지 못한 채 닫아버린 노트북.
그래, 그냥 주된 내용을 써보자.
오히려 방향을 바꾸니 안심이 되었다.
프롤로그, 서문, 마지막에 써보자.
모든 것을 마무리한 후에.
많은 일들이 겹쳐있는 상황에서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결국 나의 손과 눈과 시간이 해내야 하는 일이기에
끝까지 해내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아, 쓰다 보니 싸이월드 대문 같다.
멋지게 써야 한다, 글이 왜 이리 엉망인가 소위 내 글 구려병에 멀쩡한 출판사 망하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
현실은 왜 이리 지극히 현실적인가 하는 생각까지 겹쳐지는 여러 일들에 입천장은 벗겨지고 병원에 염증약을 받으러 가던 시간들.
고민을 이야기하며 선정한 고전 책 목록들을 보냈는데 돌아오는 답변에 마음이 놓였다.
따듯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기에.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내 모습대로 긍정적으로.
감사합니다.
지랄 발랄한 인간이어도 여전히 응원이 필요한 사람이기에 참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