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세바시 진서연
평소에 멋있다고 생각한 배우, 진서연.
이번 세바시 강연 영상에서 어지간히 감명을 받았다보다.
브런치에 글을 그녀의 말과 관련해서 두 편이나 쓰고 있는 걸 보니.
지난 토요일 서울로 향했다.
슬초브런치작가 워크숍이 있는 날, 몸과 마음은 천근만근이지만 그날은 절대 빠질 수 없다.
일 년간의 우리들의 반가운 이야기, 그리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날 은경선생님(70권이나 책을 낸 작가님이자 멘토인데 왜 여전히 선생님이 입에 착 붙는 것인가)의
강의는 가히 이 영상과 맞닿아있다.
결국 끝까지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 승리자라는 말.
남과 비교하거나 조금 해하며 전전긍긍 안달복달이 아니라 그저 내가 가야 할 길,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인데 목적지에 가 있다는 환상적인 이야기.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다양한 글감으로 쓸 수 있는 건지 사고 확장의 이야기.
무수한 북토크를 가고 강연을 가서 듣는 이유도 결국은 같지 않던가.
"저 같은 사람도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묻는 이유는 결국
"당신 같은 사람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요." 혹은
"저도 글을 썼는걸요. 포기만 안 하면 됩니다." 뭐 이런 말을 듣고 싶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너도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질문의 목적이리라.
이야기가 자꾸 옆길로 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서연 배우의 두 번째 사고방식이다.
'과학적 사고'
과학자가 한두 번 실험하고 포기하던가, 아니다.
그럼 언제까지? 자신이 발견한 이론이 맞다고 여기며 그 타당한 근거를 찾기까지 그들은 어찌하는가?
그렇다.
될 때까지 한다.
끝까지 간다.
바로 이것이다. 난 어차피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그냥 하면 된다. 언제까지? 될 때까지.
'시도만 있을 뿐 실패는 없다.'
그녀가 말하는 '과학적 사고'다.
끊임없이 시도할 뿐 실패는 없다. 왜? 될 때까지 하니까.
이번 워크숍에서 1기 작가님들과 모인 방(대접받는 느낌과 뒷방 어르신의 느낌이 공존했던 우리들의 공간, 결국 은경선생님과 샤방샤방한 사진 찍기로 가득했던 아늑한 그곳)에서 근황 토크를 할 때, 글을 쓰는 이유가 입신양명과 출세라고 말했다. 웃음과 특이하다는 시선이 가득했지만 뭐 어떠랴. 동기들 앞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하고 말했다. 거의 사실이기도 하고. 욕망을 드러내는 건 나쁜 게 아니니까. 자아도취는 필요하니까. 부족하지만 이런 나를 내가 대견해하니까.
욕망을 드러냈구나. 미천한 자여. 이런 솔직함은 괜찮지 않을까.
진서연 배우의 말을 들으며 사람에게는 몰입의 시간이 필요하며, 원하는 그 존재가 되기 위한 절대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문지혁 작가는 <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는 책에서 글쓰기는 운동이나 악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며 좋아지는 것이라고. D.H. 로렌스는 소나무 아래 벤치에서 글을 썼고, 애거서 크리스티는 빅토리아풍 욕조에 앉아 사과를 먹으며 글을 썼단다. 제임스 조이스는 시력이 나빠져서 침대에 누워서 파란 색연필로 글을 썼다고 했다. 문경민 작가를 만나고 온 1기 동기 작가님의 말로는 문작가님은 평일 3~4시간, 주말 8시간의 글을 쓴단다. 아이들 다 챙기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것은 어떤 요령이나 핑계가 아니라 그냥 하는 것.
대신 끝까지 꾸준히 하기.
이상은 잘 나가는 작가님들의 말이니 이는 틀림없다.
슬초브런치작가협회가 만들어지면서 밴드에 가입을 했다.
2025년 집필 계획을 올리라는 말에 이런 거라도 일등 해보자 싶어 계획을 올렸다.
한 30년 만의 일등인가.. 허허.
공식적으로 선언을 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야만 하는 강제성이 생겼다.
먼저 할 일은 엄마처럼 나를 돌보고, 과학적 사고를 하는 것.
어서 자야 하는 이 시점에 기어이 글을 쓰는 이유다.
될 때까지 해보려고.
2024년 원워드도 꾸준함이 아니었던가.
오늘의 나는 일단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