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는 7시 10분까지 등교였어요.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던 아침의 그 공기가 생각납니다.
겨울보다는 여름이요.
청량하면서 그날의 더위가 몰려오기 직전의 그 상쾌함.
교실에 도착해서 우리는 아침 공부를 해야 했어요.
오자마자 의자에 앉아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특목고 배경의 소설을 읽으며 이 아이들은 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하는구나, 부럽다고 생각했죠.
막상 그 친구들은 싫었을 수도 있지만요.
대학만 가면 살 빠진다며 열심히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이미 마르고 날씬한 친구들은 뭔가 잠깐 의구심이 들었지만 참, 열렬히 먹었습니다. 급식과 간식을요.
여하튼 당시 저는 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하고 싶었던 아이였습니다.
사실 태권도를 배우고 싶었어요.
악당을 무찌르는 여주인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거든요.
내 몸을 지킨다 뭐 이런 개념도 없이 그냥 무찌르자, 악당. 다 덤벼라!
골격이 크니(?) 태권도를 배우면 안 된다고 말리는 엄마 덕분에 배울 수는 없었어요.
대학만 가면 좋아하는 운동을 하리라 결심했고, 드디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점수에 맞춰 갔지만 대학생이 누릴 수 있는 꿀맛은 달콤했어요.
희한하게 정말로 살이 빠졌어요.
신기했습니다. 어른들의 말이 맞다니.
이제 남자친구만 생기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전에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었죠. 바로 '운동'입니다.
멋져 보임이 심히 중요한 사람이라 선택한 운동은 검도였습니다.
검은 도복을 휘날리며 칼(죽도였지만)을 휘두르는 여검객이라.
(사실 사범님이 멋있었어요.)
결국 시작한 검도는 블랙 벨트를 쟁취하고 마감을 하게 됩니다.
젊었던 20대라 밤을 새워도 끄떡없는 체력.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S라인.
아, 그건 젊은 시절의 징표였을 뿐.
20대 후반이 되니 느껴지더군요.
뱃살이 잘 빠지지 않았어요. 그때가 신호였습니다.
이젠 정말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다.
게으른 저는 꾸준한 나만의 운동을 찾지 않았어요.
굶어서 살을 빼도 건강하게 유지되던 몸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특히 두 아이 출산 후 체력은 급격히 하강합니다.
주식이 반토막 나듯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어요.
그 때라도 운동을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검도를 한참 했을 때는 운동을 끝낸 후 상쾌함이 좋았습니다.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어색하고 개운하지 않기까지 했어요.
사람이 이렇게 간사합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육아에 지친다는 이유로, 아직은 젊다는 이유로 흘려보낸 시간이
저질체력 40대 여자를 만들었네요.
여전히 머릿속에서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저는 아직은 버틸만하고 젊은 걸까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너무나 부족했던 시간이 이제는 여유가 좀 있나요?
끊겨버린 커리어에 제2의 일을 하고 싶은가요.
혹은 언제 크지 싶은 아이들 덕분에 아직은 육아에 푹 젖어있는 엄마 아빠인가요?
도저히 시간이 안나는 삶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 5분이라도 꾸준한 루틴으로 운동을 해야 합니다.
계단 오르기라도, 앉았다 일어났다도 괜찮습니다.
동영상을 찾기조차 귀찮으면 그냥 맨손 체조 하면 됩니다.
왜 있잖아요. 국민체조. 그게 아주 좋은 운동이거든요.
아직 20대, 30대라 체력에 자신 있으신가요?
그럼 더더욱 좋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날은 바로 오늘이니까요.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운동하는 삶이 성취감을.
너무나 바쁘지만 십 분이라도 쪼개서 운동하는 매일의 일상이
종국엔 다음을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겁니다.
이 말을 백 프로 믿어도 좋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은 자의 말이니까요.
자, 저도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나이 들었다고 주저 않기엔 젊은 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