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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가

by 마음돌봄

긴 연휴가 끝난 후 모인 글쓰기 모임 날이다.

멤버들끼리 순번을 정해 글쓰기를 위한 강의를 하고 있다.

비문이 없는 문장 쓰기, 시를 활용한 글쓰기, 필사, 캐릭터 노트 쓰기, 오늘 연기에 관련된 수업까지

각자가 준비한 수업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

과거 어린 시절 연극배우였던 친척의 공연을 보러 간 일이 있다.

<홍도야 우지 마라>의 '홍도'역할이었던 친척 어른의 모습을 보면서 연극이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하는 하나의 관문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맡은 역할 속에 자신을 녹이며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오늘의 내용이 바로 '연기'였다.

글쓰기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어쩌면

과거 연극을 보고 느꼈던 그런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첫 번째 활동은 나의 수많은 역할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엄마, 아내, 딸 외에 어떤 역할을 하면서 살까? 난 지구인, 세계인, 우주인이다. 국민이며 시민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많은 역할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사회적인 역할 외에 지구인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화성인, 목성인 일 수도 있었지만 내가 정착한 곳이 지구 아니던가. 꽤 괜찮은 역할이다. 지구인이라는 것은. 다음으로 우린 미래의 내 모습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연기를 했다. 통역기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지만 연기는 소통의 장벽을 허문다는 말을 듣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역할을 잘 연기하며 사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면을 쓰는 것은 흔히 생각하듯 나쁜 일이 아니다. 나쁜 일이 아니게 된 것은 가면을 쓰는 감정의 행위에 타인을 해치거나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을 꺼내고 시의적절하게 잘 활용하는 것이다. 미래의 내 모습, 멤버들의 미래 모습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의 장소와 분위기가 성지가 되기를 바란다. 미래의 모습을 잘 꺼내어 그대로 가고 싶은 마음이다. 결국 연기가 되었건 글쓰기가 되었건 사람에게 필요한 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유치하고 갈망하고 맘껏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그곳에서. 이제 오늘의 가르침대로 롤모델을 찾아봐야겠다. 나에게 맞는 태도와 분위기를 찾고 장소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 사람도 되어야겠다. 역시나 지금의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현재 이 순간뿐이기 때문이다. 내일 당장 굶을지라도 오늘 할 일을 해나가는 것. 그게 내가 발견한 삶을 사는 자세다.



elena-mozhvilo-7l6inLyD2NQ-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Elena Mozhvi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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