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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구조를 파헤치다

by 마음돌봄
뇌구조1.jpg 나의 뇌구조라고 한다..

온라인 서점사이트였나, 여하튼 그랬다.

나의 뇌구조에 맞는 책 추천이라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있나, 하하.

짜잔, 뭔가 부정할 수 없는 항목들의 향연이다.


- 관종 : 브런치에서 많지 않은 독자와 엄청나게 늘어날 잠재적 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작가가 되겠다며 떠들고 있으니 이 단어 인정.

- 무한 긍정 : 정말 깜짝 놀랐다. 긍정 빼면 거의 시체인 사람이 나다. 친구는 나에게 본투비 긍정, 이건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 타고난 긍정적 사고라고 했는데, 타고난 것 반 + 몇십 년 동안 만들어온 것 반. 반반치킨 같은 거라고 할 수 있다.

- 귀가 얇음 : 귀가 얇아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사봄. 하물며 강연 듣기 전 보험도 무조건 샀다가 해약하기 일쑤. 이것은 '흥청망청'과 연결된 키워드? 난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해라고 외치지만 시간과 돈이 동급으로 중요함을 아는 어른 인간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

- 마셔마셔 핵인싸 : 글쎄, 이 부분은 좀 생각해 볼 부분이다. 일단 술을 잘 마시지 않고 분위기만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나로선 마셔마셔는 의문이다. 게다가 남에게 술을 강권하지도 않으니. 핵인싸라는 부분도 물음표다. 나의 유머는 약간 호불호가 있다. 감히 '호' 부분의 퍼센티지가 높다고 주장해 보지만 객관적 자료에 의해 검증된 바 없다.

- 분위기 메이커 : 이것은 좀 맞는 말. 현실성이 떨어지니 자신 있게 까불거나 주접떨 수 있다.

- 은근 상식적 : FM적인 성격이 여기에 해당된다면 맞는 말. 어찌 보면 융통성이 없을 수도? 반면에 굉장히 바른 사람일 수 있다.

- 늘 에너지 10000% : 마흔 줄 넘어서 다소 소강상태. 20대였다면 아유 말해 뭐 해.

- 쿨한 척, 뭐 있는 척 :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인데 있다면 있을 수도.


결론은, 나란 인간은 상큼한 인간 비타민. 하하. 꽤 괜찮은 분석이다. 비타민은 누구나 찾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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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이고 자유로운 문체를 좋아한다는 건 처음 알았지만 나쁘지 않다. 강렬도 좋고 창의적인 것도 좋기 때문이다. 요즘은 책을 흡입하고 싶은 기분이다.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책을 빌려 다 읽기도 하고, 한참을 갖고 있기도 한다. 바야흐로 인풋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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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결과를 보니 정세랑 작가의 '설자은, 불꽃을 쫓다.'가 나의 뇌구조에 딱 맞는 책으로 나왔다.

표지만 봤지 읽지는 않았던, <피프티 피플>로만 만났던 정세랑 작가가 역사 소설도 썼다니. 정말 전천후 작가, 출중한 작가가 아니던가. 1권을 건너뛰고 시리즈의 2권인 이 책부터 읽는다. 어린 시절 죽은 오빠를 대신하여 남자가 된 설자은. 왕의 신임을 받는 일종의 특수 요원 같은 인물이다. 역시나 책장은 술술 넘어가고 작가의 문장력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된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을 인정하는 것, 나의 테두리가 아닌 것이 받아들여졌을 때 포용을 어려워한다. 편견을 갖기도 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에 말갈인, 백제인, 고구려인이 다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구나. 같은 땅이었지만 망국의 백성이었던 것이다. 나 자신을 설자은, 지금의 설대사에게 대입해 본다. 가녀장을 꿈꾸는 요즘의 나에게 그녀의 지혜로움과 신중함이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미스터리한 소설이라는 것도 마치 셜록 홈스를 보듯 즐겁다. 아련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재미있고 문장이 아름다운 책이다. 진짜든 가짜든 이렇게 나의 취향을 발견당해 보는 것도 즐겁다. 가끔 우리는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인생일지라도 한 번씩 파도에 몸을 마냥 맡겨보고 싶다. 무념무상의 태도로 그대로 실려가 보고도 싶다. 좌표 없는 목적지만 아니라면, 아니 이정표가 없다 하더라도 낯선 곳에 두근대는 마음으로 흘러들어 가고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미지의 어느 섬과 같다. 참 잘 다녀온 섬이었다. 1권도 읽어보고 앞으로 출간될 3편도 기다려야겠다. 다시 두둥실 흘러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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