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빛날 때
어려운 질문이다, 자신이 빛나는 순간을 안다는 것은.
최근 코첼라 공연에서 많은 서양인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케이팝 스타 '제니'의 공연을 보면서
꽤나 의미 있는 댓글을 발견했다. 퍼포먼스를 마치고 관객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자신의 가장 전성기에 기쁨과 환희, 감동 등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보라는 댓글. 가끔 아니 꽤나 자주 유튜브 댓글에서 멋진 문장들을 발견하곤 한다. 이런 걸 보면 대한민국은 배달의 민족이 아닌 작가의 민족인가 싶을 정도다.
그녀가 보여준 몇 분의 공연은 그냥 쉽게 만들어낸 자리가 아니다. 수많은 땀과 눈물의 시간, 그러나 다소 행복했던 꿈의 여정이 빚어낸 결과이다. 과연 나에겐 그런 모먼트가 있던가.
외적으로 내가 빛났을 때는 사랑받을 때, 인정받을 때라고 느낀다.
즐거운 사람이라고, 유머가 있다고 친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빛났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쉽지 않아 최근 뭘 좋아하는지, 근래의 습관, 취미, 특기가 무엇이냐 묻는 말에 바람이 부는 대로 휘날리는 마트 앞바람 풍선처럼 마음이 이리저리 갈팡질팡 할 때 나에 대해 말해주는 누군가의 표현이 마음에 와닿을 때, 나는 빛났다.
결국 각자의 빛남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을 때가 아닐까.
여전히 서투르고, 인생이 얼마나 쓰디쓴 줄 알고, 많은 역할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잊고 지내던 오랜 시간 다시 나를 깨운 건 나답게 사는 것, 나를 아는 것. 오직 그 두 가지뿐.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좋은 사람들 곁에 머무는 것이다.
그저 어린아이처럼 어떤 말에도 서로 웃어주고 호응해 주는 순간을 갖는 것이다.
마음의 생채기도 연고를 바르면 없어지는 상처처럼 시간이 흐르면 아물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연고 같은 사람이 주변에 필요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후시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혼자만이 사는 게 아닌 홀로 있으면서도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
나를 알고 너를 아는 사람.
우리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