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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와 강남사이

by 마음돌봄

사람은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인생에서 중요함을 느낀다.

우리는 어떤 것이든 선택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 선택이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등포 어느 커피 체인점에서 따뜻한 유자생강차를 후후 불어가며 마셨다.

6월의 초입,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순간이었다.

아직도 겨울 이불을 덮는 나에게 약간의 땀이 나는 것이 냉한 에어컨 바람보다 아직은 더 좋다.

서울의 맛인가. 많은 양의 대추가 잘게 썰어져 생강차 위에 부유하고 있었고, 유자의 단맛이 강하지 않아 잔잔한 달달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양 옆의 테이블에선 20대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사랑과 우정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40대 여인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다음 만남을 계획하고

오늘의 일을 소회 했다.

유자생강차는 뜨거운 물을 한 번 더 부어 먹어도 될 정도로 괜찮았다.

마치 두 번 우려낸 차 같았다.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함께 들렀던 영등포 어느 고깃집은 북적였고, 고기는 지글지글 불판 위에서 춤을 췄다. 아직 열기에 뜨겁지 않은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여름밤의 공기로 설렘을 유발했다.

오늘의 행사가 아니었다면, 그녀들이 아니었다면 평생 밟지 않았을지도 모를 영등포역 앞 번화가.

함께 하는 사람과 무엇을 하느냐 봤더니 삶의 다양함을 채우고 내 인생에 색을 입히는 것이었다.

내가 절대 고르지 않았을 색깔을 발견하고 의외로 잘 어울리는 걸 발견하는 일.

각자의 경험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더 다채로운 매일을 만드는 일.

그걸 우리가 같이 하고 있는 거였다.







강남의 어느 역으로 향하는 길.

반짝이는 건물의 화려한 빛이 서울의 밤을 물들이고

여의도의 방송국에선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의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밤의 기차역은 아침과 달리 한산했다.

가져온 책을 꺼내 들어 읽다가 카톡 대화창에서 아쉬움을 나눴다.

이미 도착한 기차 안에 앉아 온전히 혼자임을 느낀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곳은 나의 비밀 작업실이다.

종이 위에 필사를 하다가 생각나는 문장들을 써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아, 난 지금 오롯이 혼자 있구나.

붙잡을 수 없는 이 시간을 온전히 느끼고 있구나.

12시 6분에 어김없이 도착한 기차에서 내리면서 마치 신데렐라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유리 구두를 들고 올 왕자님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으니까.

언제든지 운동화 끈 질끈 묶고 내가 스스로 떠날 수 있으니까.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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