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엔 배움이 있다.

by 마음돌봄

3개월째 강의료를 못 받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일의 특성상 믿을만한 교육 기관에 소속되어 있고, 합당한 과정을 통해 늘 강의료를 받아왔다.

적은 금액이어도 단 한 번의 오차도 없는 일이었고, 강의료가 늦어지는 경우엔(거의 없지만) 먼저 대표 측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잘 처리해 주었었다.

시작은 지난 4월 초.

강의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 연락도 없어서 전화를 해보니 깜짝 놀라고 당황한 눈치다.

예산으로 진행되는 수업인데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예산이 나오지 않아 늦어진다는 팀장님의 말에 나 또한 당황했다. 먼저 연락드리고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무심해서 죄송하다는 말이 진심이 느껴지고 거짓이 느껴지지 않아 속은 쓰리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여의치 않은 사정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예산을 받는 대로 강의료를 먼저 입금해 준다고 했고, 아마 5월 중순쯤 될 것 같다 했다.


생각해 보니 학교 측에서는 필요 서류를 제출하게 하고 계약서도 작성했는데, 여긴 5월 말이 되어서야 졸업증명서, 경력증명서, 자격증 등 서류를 요청하고 수업 사진을 찍고 부랴부랴 개인정보동의서를 받아갔다. 5월 말에 한 번, 6월 말에 한 번으로 그동안 입금하지 못한 강의료를 준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5월 31일 금요일 오후가 되어가도록 소식이 없다. 팀장님께 전화를 해보니 바로 알아보겠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담당 직원이 도장을 찍어줘야 결제를 받는데, 금요일이라 연차를 내고 웨딩사진을 찍으러 갔다는 말. 다른 부서 직원이라 스케줄을 미처 챙기지 못한, 끝까지 마무리 못한 자신의 탓이라며 사과를 했다. 상부에선 상반기 결산으로 6월 말에 강의료를 줘버리자 했고, 2학기에도 연말에 강의료를 주자고 해서 그건 안되고 2학기부터는 월에 한 번씩 강의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팀장님, 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도 처음입니다. 여기 강의 들어가게 돼서 다른 곳도 못한다고 말씀드렸고 예산을 계획하고 시작한 일입니다. 팀장님은 매달 월급 못 받으시면 어떠신가요? 생활 가능하신가요? 강의료를 '줘버리자'라는 개념으로 말하는 것도 이해 안 됩니다. 오늘 5시까지 일부 입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6월 26일에 일괄로 강의료 받는 것은 안됩니다"


담당 직원의 도장을 받고 넘겨야 한다고 했다. 회사이니 절차가 있는 것은 이해하기로 했다. 결국 다음 주 6월 4일, 빠르면 월요일 강의료를 입금받기로 하고 일단락 지었다. 이번 일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몇 개월 마음 졸인 일, 찜찜한 기분이지만 사기는 아니므로 믿고 기다리는 시간. 예산이 예정대로 집행되지 않았으니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 이 모든 생각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생각은 강사의 강의료를 계속 미루는 심리는 무엇인가. 만만한 것인가. 이런 경우를 대비한 예비 자금은 비축이 안되어있나, 팀장이라는 분이 일처리 하는 모습이 이리도 허술한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구비 서류를 갖추는 것, 내가 먼저 제안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중요하겠구나 생각도 들고 이번 일을 통해 또 한 번 배웠다. 아이들 교육에 관련된 일이라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하지만 명확성이 필요하다는 것. 배려를 권리로 받아들이게 하면 안 된다는 것. 내가 먼저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 모든 인연은 소중하고 이 하늘 아래 어디에서 또 만날지 모르지만, 분명하지 않은 일처리는 서로를 피곤하게 한다. 무조건 사과를 해야 하는 입장도, 기다리며 사과를 받는 입장도 과히 즐겁지만은 않다. 일을 떠나서 우리 각자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잠시 내가 프리랜서가 아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용지물이다. 월급이 보장된 삶이건 개인의 능력껏 자본을 벌어들이는 일이건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어떤 선택을 하든 남아있을 것이다. 그저 현재에서 최선을 다할 뿐.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모습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이 글이 단순한 속풀이 글이 아닌 내게 인생의 교훈을 준, 다른 이에게도 작게나마 배울 수 있는 그런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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