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라..
쉽고도 어려운 질문이다.
왜 날마다 질문에 봉착하는 걸까?
내 쓸쓸함은 5000원을 넘지 않고, 베이지색 고독함을 입겠다는 어느 광고 속 남자처럼
확고한 취향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떠오른 게 하나 있다면 역시나 고전 독서라고 말하고 싶다.
반복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 읽어도 잘 기억이 안나는 책. 읽을 때마다 좋은 고전 책.
고등학생 때 엄마가 사주신 세계고전소설이 집에 있었는데, 당시 금액으로 300만 원이라고 했다.
고전 소설뿐만 아니라 중국신화만화, 과학 동화 등 책이 꽤 있었는데 과학이나 수학 성적으로 잘 이어지진 않았다. 그저 국어와 영어 점수에 도움이 되었다고나 할까. 방문 판매를 해서 지국장 자리까지 올라간 입지적인 인물이 엄마의 친구였는데 그 친구에게 항상 책을 사곤 하셨다. 엄마 친구분의 딸은 의대를 가서 성형외과 의사가 되었고 엄마의 딸인 나는........ 사람이 되었다.
고전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인지 드레스를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찌 됐든 중세 시대나 리젠시 시대를 좋아하는 것 같고, 영국을 괜히 좋아한다. 오래전 브런치 스토리가 브런치인 시절 썼던 글에서 풀하우스 주인공인 엘리지가 영국에서 살면서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작가지망생이라는 설정에 15년 인생을 걸어버린 것이 시작이었다. 라이더 베이 같은 초절정 섹시핸섬톨 앤 리치 가이는 아니지만 나에게 꼭 맞는 남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북치기 박치기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내 인생도 나름 평탄하고 행복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부정보다는 긍정을, 비관주의보다는 낙관주의를 따르며
공산주의보다는 민주주의를, 사회주의보다는 자본주의를 좋아한다.
겨울밤보다는 여름의 청량한 밤을
봄의 벚꽃보다는 가을의 코스모스를
레이스나 리본보다는 각진 셔츠를
인디핑크보다는 쨍한 핑크색을 좋아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의 취향도 보드게임 규칙만큼이나 많고 복잡다단하다.
취향탐구, 나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
내일은 또 어떤 취향이 생각날까?
오래된 것도 좋지만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가는 것도 꽤나 바람직하겠다 싶다.
아우, 또 설레는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