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어휘의 유행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MBTI가 꽤 오랫동안 인기였고, 내성적인 성향도 부정적이 아니라 'I'라서 그래, 이 한마디면 이해가 되는의 도치 않은 부수적인 효과가 있었달까? 이성적이거나 공감을 못하는 사람에게 '너 T야?'를 외치는 것도 약간의 웃음 모먼트를 장착한 유행어였다. 당신은 J야, 그래서 지금 이러지. 부부싸움에서 MBTI를 들먹이며 단정 짓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제 아무리 MBTI가 유행할 때도 그저 한 번 검사해 봤을 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점성술과 다를 바가 뭘까 생각도 들고, 어릴 때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운명에 나를 맡기지 않아, 운명! 그까짓 거 내가 바꾸겠어.' 마치 '얼마면 돼? 얼마면 되니?'를 외치던 어느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흥'을 외쳐댔다. 뭐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어렸어도 뭔가 운명대로 흘러간다, 태어난 대로 될 것이다류의 말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유독 자기 계발서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시기가 있었고, 20대의 나는 그에 편승하듯 열심히 읽었었다.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는 어느 작가의 말을 의심반 믿음반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뭔가 확실히 끌어당기는 의지력은 없었나 보다. 쉽게 무언가가 이루어지는 건 믿기 어려웠고, 미약하게나마 동시성의 법칙 정도 느꼈다고 할까. 지금은 원하는 것을 자꾸 생각하고 이루어질 거라고 여기는 마음이 더 강해졌음을 느낀다. 이것도 사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사람은 막다른 곳에 몰리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자동차에 깔린 자식을 보고 초인적인 힘으로 자동차를 들어 올린 어머니 이야기 같은 거 말이다. 그렇다. 이게 나이가 주는 힘이다.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이대로 살다가 진짜 이대로 삶이 끝날 것 같아서 과거에 자기 계발서를 탐독했지만 그런 책을 읽는 나 자신에게만 빠져있고 실천을 안 했던 모습은 더 이상 싫어서.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된 덕택에 지금은 그저 못 먹어도 고, 전진할 뿐. 부정적인 표현이나 말을 몸서리치게 싫어하게 된 것도 나이가 주는 일말의 여유랄까. 여전히 꿈에 젖어있고 이상주의적인 사람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은 본투비라고 자부한다. 늘 긍정적이라 자부하는 내가 아직 멀었구나를 느끼는 시점도 있다. 바로 사람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화를 잘 안내는 성격인데 요즘따라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시 돋친 말도 한다. 아직 멀었구나를 많이 느낀다. 역시 내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참 머나먼 길이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이런 마음들엔 좋은 약이 있다.
그건 명언이다. 오래된 격언도 좋고, 책 속의 문장도 좋다. 혹은 그저 매일 아침 서로에게 전달하는 좋은 말들도 많은 도움이 된다. 마음을 다잡는 데에도, 용기를 내는 일에도, 정신을 무장하는데도, 오늘 하루 버텨낼 힘을 얻는 데에도 말의 힘은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하나의 문장 한 개의 단락, 한 편의 글이 이토록 힘이 된다는 건 놀랍고 경이로운 일이다.
한글자음과 모음 24개, 복합자음, 모음까지 합치면 40개.
이들이 합쳐져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놀라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던 내가 됐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40자 글자의 마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