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만나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과 글쓰기 수업, 독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벌써 여러 달이 되었다.
중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덕분인지 아이들을 대하는 게 어색하지 않지만 가끔은 기가 빨리는 경험도 하고 있다. 출발할 때부터 오늘 수업이 잘 되는 것을 상상하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 수학 문제집을 푸는 아이들, 심지어 과자를 먹고 떠드는 아이들까지 여러 형태의 학생들이 있지만, 전쟁 중에도 꽃은 피고 사랑을 하듯이 수업에 잘 참여하고 열중하는 아이들이 있다.
러시아 혁명부터 세계 1차, 2차 대전까지.
레닌의 붉은 광장에서 스탈린의 소비에트 연방까지 우리는 넘나들었고, 인터내셔널 가를 들으며
지금의 아이들이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영화 <레 미제라블> 속 민중의 노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알지만 인터내셔널 가를 처음 듣는 아이들은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의 격전지에 있지 않았을지라도 역사 시간이라는 소중한 수업 덕분에 스스럼없이 스며들기도 했다.
요즘은 글쓰기라는 매개체가 주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다양한 소설과 시, 문장을 살펴보며 함께 한 수업 속에서 아이들 중에서 작가의 꿈을 꾸는 친구들이 생겼다.
수업 중에 브런치 스토리 플랫폼을 소개했는데 한 친구가 8수(?) 끝에 작가 심사 통과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가명이 무엇이냐 물은 질문엔 쑥스럽다면서 알려주지 않았는데, 아이의 끈기와 꾸준함에 어른인 나도 감탄이 나왔다. 그래, 진짜 글을 좋아하는 아이구나. 정말 글을 쓰고 싶구나. 2009년 백은별 작가를 소개해줬을 때 동년배 아이들은 깜짝 놀랐었는데, 그녀가 벌써 세 번째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무언가 더 고무된 것이 있었을까. 다른 친구는 아예 소설가가 되고 싶다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는데, 나 또한 대단한 소설가이거나 소설을 써본 적이 없어서 들은풍월이나 이론으로만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든 생각이 청소년을 위한 소설 작법서를 선물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놓은 책이 있었다. 아직 꼼꼼히 읽지 않아 꽤 깨끗했던 이 책이 그 아이에게 꼭 맞겠다 싶었다. 작가의 꿈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적어 아이 손에 건네주었다. 정말 자기한테 주는 거냐며 수줍게 웃는 녀석은 나보다 키가 껑충 큰데도 여전히 아이였고 좋아하는 모습에 인덱스나 질 좋은 노트와 펜도 같이 줄 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글쓰기가 너무 좋다고 여러분도 작가의 꿈, 어떤 곳에서든 내 분야에서 글을 꼭 써보라고. 입시가 끝이 아니고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맹목적인 교주처럼 떠들어댔는데, 이 마음이 조금은 전달된 것일까. 훗날 그 아이들이 나를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어른으로써 꿈을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준 사람이 있었지 정도로만 남아있어도 참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들의 글을 보고 싶다, 많이 읽고 싶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썼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결국 매일 꾸준히 써야 쓸 수 있는 거니까. 예비 작가님들의 꿈을 '폭룡적'으로 응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