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나 다시 돌아갈래!!'
이렇게 외치고 싶은 순간.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 야자를 가뿐하게 제쳐두고 영화를 보러 가거나
수업 후 친구와 시내에서 영화를 보고 학교로 복귀하다가 엄마를 우연히 만나기도 했던 그때 유행했던 영화의 대사를 한동안 혹자들은 그렇게도 말했더랬다.
영화 <백투 더 퓨처>를 보며 과거의 부모님을 만나거나, 로또 당첨번호를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그런 류의 영화에서 늘 말하는 건 시간의 흐름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바꾸지 말라는 것. 사람이 관여한 순간 인생과 역사가 바뀌기 때문이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평범한 나의 시간 여행이 세상을 바꿔버린다니, 역사를 바꿔버린다니. 와, 이거 꽤 재밌는데.
그때 술 먹고 울지 않을 걸. 전화하면서 헛소리 안 할걸.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걸. 그 일을 포기하지 않을 걸.
참지 말고 억울해하지 말고 명확하게 말을 할 걸 하며 후회되는 순간은 정말 시곗바늘을 돌리고 싶었던 적도 있다. 늘 미래가 기대된다고 생각하며 살던 난 마침내 다가온 그 미래가 과거보다 더 시궁창 같았던 순간에도 항상 시선의 끝을 미래에 두었었다. 오늘보다 더 행복할 거라 믿으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이 너무나 기대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일말의 후회도 없다.
우리는 순간에 산다, 현재에 산다. 그때 내가 한 선택이 당시의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결론이자 선택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살기 시작한 순간 더 이상 과거가 후회되지 않았다. 나를 책망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니 더 행복해졌다.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들로 이루어질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많이 두렵진 않다. 운동을 일찍 시작하지 않은 건 좀, 많이 후회스럽지만 그저 오늘 시작하면 될 일이다. 점점 생활을 단순화시키고 생각을 정리하는 삶을 살고 있다. 다 신경 쓰고 살기엔 에너지가 예전처럼 많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할 수 있는 건 하고, 위임할 것은 위임하고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 당장 죽을 것이 아니라면 그저 잘 살아보고 싶다면 응당 그렇게 자신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
이젠 후회되는 순간이 아니라 행복했던 순간이 더 그립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면 기뻤던 날로 가고 싶다.
다시 웃고 에너지를 얻고 돌아오고 싶다.
과거로 가기 위한 타임머신이 아닌 순간 이동을 위한 텔레포트만 개발되면 좋겠다.
어떤 날엔 슬픈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그거 안 돼요, 그렇게 사람 괴롭히지 마요. 외치고 싶기도 하다.
역사가 뒤틀린다면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도 하면서.
힘든 과거도 기쁜 과거도 다 인생이다.
감히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이토록 평범한 행복을 누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