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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끝

by 마음돌봄
"OO 님의 배우자 OOO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 6월 19일.."

워낙 스팸 문자가 많은 세상이라 이 문자도 그런 줄 알았다.

나한테 누가 부고 문자를 보낸다 말인가, 물론 주변인의 결혼 소식이다 돌잔치 소식보다는 부모님의 부고 소식이 많은 나이이지만 말이다. 다시 보니 내가 아는 분이다. 가끔 학교 강의에서 만나는 강사님의 이름이었다.

부랴부랴 그분의 카톡창을 찾아본다. 유방암 투병 소식도 갑작스러웠던 기억, 마지막 연락은 지난겨울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겨울이면 뱅쇼를 마시는 나는 강사님이 생각나서 딸기뱅쇼 한 잔을 보내고 잘 계시냐고 몸은 차도가 있으시냐고 운을 뗐다. 자주 만나진 못했어도 강의 때 만나면 늘 살갑게 대해주는 모습에 긴장한 마음이 녹아내리곤 했었다. 서로 긴장한 일, 수업 자료를 서로 공부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프로필에 적혀있던 말과 환자복을 입고 웃고 있는 모습




내 소풍 끝




사실 회복할 줄 알았다.

위기를 넘기고 다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동생도 유방암 투병을 했지만 완치하고 잘 지내고 있기에 강사님도 잘 될 줄 알았다.

나중에 만나면 회복 후 관리도 좋은 음식, 건강식품 이야기도 하면서 그렇게 만날 줄 알았다.

아직 너무 젊은데, 아이들도 한창 엄마가 필요한 나이인데.

감기 기운에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어지럽고 당황스럽고 마음이 안 좋았다.

이제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얼마나 삶에 아쉬움이 많을까.

연락 못한 6개월 동안 나름의 준비는 하셨을까.


삶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죽음이다.

우리는 잘 사는 것에 많이 집중한다.

돈 잘 버는 법.

맛집 찾기.

여행지 숙소 잡기.

예쁜 옷 사기.

수많은 '잘 사는 법'에 대해서 이토록 많은 이야기들이 넘쳐나는데 죽음은 어떤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 건지, 나부터 생각해 보게 된다.

죽음에 관한 여러 가지 책을 읽고 이야기도 해보았다.

최근 사브작 북클럽에서 읽은 <수확자>,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를 통해 죽음에 관한 생각을 나누고 동기 작가님의 <나는 여기 잘 도착했다 >를 읽으면서도 혼자 가만히 상념에 잠겼다.


적어도 우린 죽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이에게 속옷 정리를 맡기고 싶지도 않고, 처리 안된 공과금이나 대출금은 떠안기 기도 싫다.

비울걸 비워놔야 편하게 떠날 수 있을 거다.

마지막 인사, 편지, 글, 책. 어떤 형태로든 남겨놓고도 싶다.

잘 죽는 법,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저 삶만큼 죽음도 보살펴주고 싶다.



나는 어떤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가.
삶의 마지막에 도착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양으로 살고 있는가.

- <나는 여기 잘 도착했다>, 작은 창문 p.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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