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같은 인간

by 마음돌봄

물질 명사 중에 대표는 물이다.

물론 주스, 간장, 식초, 커피도 비슷하다.

일정한 모양이 없는 친구들.

담는 용기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아이들.

그렇다. 일정 모양이 없다고 뭐라 할 일이 아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다양하다는 말씀.

동그란 컵에 담으며 원모양.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액체를 여기 왜 담을진 모르겠지만) 네모 모양.

뭐 물질 명사가 액체만 있는 건 아니니까.

별모양 그릇에 담으면 별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은 정말 매력적이다.

마냥 흘러버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다.

물은 흐르면서 자국을 남기고 강과 바다를 이룬다.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면 비가 되어 다시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녀석.

이거 대단한 능력자 아닌가.



manki-kim-12Kb5ynfxso-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anki Kim


예전부터 난 물 같은 사람이라 소개했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은 아니지만 딱히 모나거나 튀거나 자기주장이 강한 편도 아니고.

다른 면으로 보면 주변 환경에 따라 빚어지는 도자기 같은 인간이랄까.

나의 그런 면을 알기에 자꾸 긍정적으로 말하고 좋은 환경을 추구하는 건지도.

일단 짜증 나는 말투나 화가 차있는 감정은 나부터 힘들게 하니까.

게다가 한 번 시작된 육두문자 비슷한 말투는 좀체 바꾸기가 힘들다.

처음부터 아름다워 나빌레라 하는 게 더 낫다 이 말씀.

액체는 고유의 특성이 있어서 담기는 용기에 따라 모양이 변하니 박쥐 같은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개성 넘치고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존재다.

어느 곳에나 융화될 수 있고,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존재.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처럼 톡 쏘는 느낌 없는 무맛이 아니라 목을 축여주는 그 청량감이 있는 물질이다. 진한 색이 없어도 충분히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물.

일주일만 마시지 않아도 사망에 이르는 물이란 존재, 혹은 액체.

다양한 개성이 있어서 반전미가 넘치는 물.

물처럼만 산다면 흑도 백도 아닌 혹은 중립도 아닌 훨씬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쏟아지는 장맛비를 보며 이토록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매력을 맛본다.

장맛비 소식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손보고, 옷을 정리하며 가습기란 아이도 연신 바쁘게 돌아간다.

태풍 소식이나 홍수 특보라도 있으면 더욱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래도 물이 그냥 아무것도 아닌가.

물은 '아무'것이다.

계속 물처럼 살고 싶다.

쨍하게 등장하진 않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물과 같은 존재,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그런 존재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풍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