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세 번째, 미국에 가다>

by 마음돌봄

드디어 기다리던 세 번째 영국 여인의 일기다.

사랑스러운 그녀가 미국으로 진출한다. 무려 미국 출판사의 초청이며 그녀가 조건까지 다 들어준단다.

작가로서 영국에서 성공한 그녀는 지난 책에서는 런던을 오갔는데, 이젠 무려 대서양을 건너서 신대륙이다.

미국에 대한 당시 영국인들의 이미지도 알 수 있고, 시카고에 갱단을 봐야 한다든지 할렘가를 간다든지(지금의 할렘과는 다름) 들떠있는 마음이 처음부터 느껴진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요구한 계약금(얼마인진 모르지만)이 꽤 큰 금액인데 그 조건을 출판사에서 다 들어줬다는 것. 자신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생각하지만 미국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는 없다. 새로운 곳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강연을 하고 미국 문학계와 조우하는 순간을 우리의 영국 여인이 놓칠 리 없다. 이 여인은 신대륙에 가고 싶어 했지만 반대로 난 영국으로 가고 싶다. 영국 여인처럼 속으론 가슴이 벌렁거리지만 겉으론 호기롭게 계약금을 아주 많이 부르고 그 계약금을 수령하며 이래도 되나, 내가 그만하여 가치가 있나 읊조리다가 그럴만하니까 주겠지라며 콧노래를 부를 것이다. 영국으로 가면 엘리자베스 타워, 타워 브리지, 런던아이, 버킹엄 궁전, 트라팔가 광장 같은 전형적인 관광 장소는 물론이려니와 옥스퍼드 대학과 대학 근처 C.S. 루이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볼 수 있는 서점, 제인 오스틴의 뿌리가 있는 바스까지 다 돌아볼 작정이다. 그곳을 보고 나면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도 가야겠지. 옛 정취를 느끼며 유튜브에서 봤던 아름다운 날씨를 다 경험해 볼 생각이다. 물론 독자들과의 만남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영국 방문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영국 여인의 대서야을 건너고 있다. 남편 로버트는 여전히 츤데레라 아닌 척하면서 아내의 미국행을 도와주고, 캐럴라인 콘캐넌은 의외로 집을 잘 돌보고 있다. 뱃멀미가 심했지만 미국 땅을 밟은 영국 여인의 마음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눈부신 빛을 느낀다. 인상적인 고층 건물들, 아름다운 풍경까지.






대공황의 여파가 잔재해 있는 미국이지만 신대륙 특유의 발랄함을 깰 수 없다. 작품을 호평하는 미국 문학인들과 영국 여인을 도와주는 여러 사람들. 색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어찌나 잘 만들어져서 해지지는 않는지 가방에 구겨 넣어온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도 참여한다. 만나는 미국인들마다 <앤서니 애드버스>를 읽었냐고 묻는 통에 독자인 나까지 그 책을 읽고 싶을 판이다. 무려 최소 3번은 이 책에 등장하는 걸로 보아 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김훈 작가님 정도 되려나 지레 짐작하고 있다. 인덱스로도 표시를 해놓았다. 뉴욕, 시카고, 보스턴, 캐나다에 이르는 영국 여인의 북토크 일정은 바삐 흘러가면서 특유의 자조 섞인 유머로 깨알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스스로를 약간 중산층으로만 묘사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에서도 꽤나 유명하고 인정받는 작가가 됐음에 틀림없다. 바쁜 와중에 너무나 가고 싶었던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생가에도 방문하고, 만찬과 오찬, 나이트클럽 방문까지 피곤해하면서도 예의 영국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답게 그 시간들을 보낸다.






당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작은 아씨들>이 신작 영화로 나오던 때라 영국 여인은 아이들의 유모였던 마드므와젤과 함께 영화를 본다. 최근 어떤 자료를 찾다가 영화 하나를 알게 되었는데, 바로 베라 브리턴의 <청춘의 증언>이 원작인 영화다. 영국 여인의 일기에서 이 작품이 언급되다니 너무나 반갑고 놀라웠다. 책으로 먼저 읽어보려던 참인데 영화도 동시에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한 달이 넘는 미국 일정을 마치고 영국 여인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작가 E.M. 델라피드의 오토픽션인 <영국 여인의 일기> 시리즈는 일상의 위트와 잔잔한 유머가 녹아져 있다. 루마니아 여왕의 방문 이래로 처음으로 사진을 찍힌 사람, 백화점 서점에서 무려 400~500명 앞에서 강연을 한 작가, 미국의 유명 평론가가 언급할 정도의 대단한 작가인 영국 여인은 거들먹거리거나 자랑만 늘어놓지 않는다.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을 걱정하고, 값비싸지 않은 드레스를 입으며 맵시를 살핀다. 여전히 떨려하고 불안해하는 평범한 사람임을 거부하지 않는다.






역시 일기는 남이 쓴 걸 봐야 재미가 있다.

특히 영국 여인의 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작품의 배경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떤 이 혹은 나 자신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자의 말대로 가장 사사로운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이기에. 우린 그 보편성을 절대로 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반드시 <앤서니 애드버스>를 읽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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