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마음의 온도

by 마음돌봄

눈이 제법 내리는 겨울이다.

두꺼운 양말을 신고 히트텍도 야무지게 챙겨 입어본다.

롱패딩을 입어야 안심이 되고 목에는 가벼운 머플러 하나 정도는 반드시 둘러줘야 한다.

한때는 숏패딩도 짧은 모직 미니스커트를 입어도 괜찮았던 겨울이

모자를 써야 춥지 않은 겨울의 내가 되었다.


날씨로 느끼는 온도만큼이나 우리가 온몸으로 느끼는 온도가 있다.

카톡메시지를 쓰다가 이모티콘을 넣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온도 차이

웃는 표정과 그냥 마침표로 끝날 때 문장의 느낌 차이

직접 얼굴을 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감정의 결까지.


2주 만에 서울행 기차를 탄 건 의도된 건 아니었다.

어떤 일이든 내 일이다 싶으면 꽤 잘하지만 마음을 놓아버린 일에는 남에게 많이 의지하기도 한다.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 영화표를 미리 사거나 공연 티켓을 얼리버드로 선점하는 일들이 약간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다가 혼자 외친다. 이게 뭐라고, 어차피 다 할 거면서.

곧 출산을 앞둔 동생을 만나러 서울로 오는 길.

익숙한 역에서 내려 동생이 알려준 대로 지하철을 타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지하철이야 뭐 색깔로, 숫자로 구분이 잘 되어 있으니 걱정할 것도 없고 외국도 아니고 한국이니까 무서울 것도 없다. 그저 동생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 뭔가 가슴이 큰 북, 작은북처럼 둥둥거리는 기분에 좀 안정이 되지 않았을 뿐. 곧 출산을 앞둔 동생을 만난 건 지난가을, 벌써 겨울이 되었다. 이사를 하고 출산을 준비 중인 동생이 걱정이 되는 마음이 있어서인지 뭔가 차분하지가 않았다. 병원에 꽤 오래 있었는데 괜찮은 걸까. 새로 이사한 집은 괜찮은 곳일까. 익숙하지 않은 길을 따라 집에 가보니 따뜻한 햇살이 담뿍 들어오는 통창이 매력적인 집이다. 이곳에서 태어날 조카와 따스하게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집을 못 찾고 길을 헤매던 나를 데려다준 제부는 다시 회사로 복귀를 하고 난 동생에게 가져갈 도시락을 준비했다.


잘 구운 소고기, 이빨을 제거하고 버터에 바짝 구운 전복, 깨끗하게 씻은 백설공주의 입술처럼 새빨간 딸기까지 야무지게 챙기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환승하는 것도 꽤나 익숙해졌고, 지하철을 타면 늘 듣는 시티팝을 들으며 문 앞에 섰다. 새로 지은 것 같은 깨끗한 병원에 들어서고 6층으로 향했다. 다시 만난 그녀의 얼굴은 포도송이처럼 환했고 잘 먹고 잘 잔다는 말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전화와 문자 만으로 소통할 때는 오랜 입원 시간 때문에 많이 힘든 건 아닌지 불안하고 내 삶에 바빠 자주 챙기지 못한 것만 생각나 마음 한편이 찌릿했는데 생각보다 왕성하 식욕, 밝은 얼굴에 마음의 온도가 다시 올라갔다.




"언니, 나 괜찮아. 퇴원할 거라 도와달라 하려고. 남편은 주말 회사 근무라. 진짜 괜찮은데 놀랬구나."




상상만 하다가 혼자 비련의 대하소설을 쓰고 있었던 격이다.

역시 무엇이든 직접 부딪혀 봐야 한다.

환승해야 하는 지하철을 귀찮아하지 않고 자꾸 혼자 타보듯이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하면서

마침 서울 출장을 온 사촌 동생까지 합류해서 오랜만에 따듯한 시간을 보냈다.

벌써 30대 후반이 된 동생들과 자유부인이 되어 만난 이 언니까지

짧지만 안심이 되는 시간이었다.


무언가 두렵다면 부딪혀야 한다.

막힌 게 있다면 툭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풀어야 한다.

지하철 환승이 귀찮다면 마구 타봐야 한다.

개운하게 아기용 침대를 선물로 결제해 주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예비 조카와 행복하게 있는 동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내가 오히려 괜찮아졌다.


여러 관계 속에서 혹은 혼자만의 고민으로 마음이 뜨겁거나 쿵쾅댄다면

두려워하거나 상상으로 불안을 키우지 말고

정면으로 맞이하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뜨거우면 덥고

지나치게 차가우면 힘드니까

마음의 온도를 늘 36.5도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직면이 최고.

오늘의 체온도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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