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가면무도회

by 마음돌봄
가면 :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
속뜻을 감추고 겉으로 거짓을 꾸미는 의뭉스러운 얼굴. 그런 태도나 모습



가면무도회, 즉 마스커레이드를 처음 본 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주말의 명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를 볼 기회는 어린 나에게 없었으니까.


영화에서 연극에서 드라마에서 가면은 꽤나 매력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방금 떠오른 건 1978년과 1996년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두 주인공이 가면을 쓰고 무도회에 참여한 모습. 서로를 마주 보던 눈빛이 교차하던 지점과

마침내 가면을 벗고 서로에게 다가갔을 때 설레는 눈동자까지, 이렇게 가면은 로맨스의 적절한 촉매제이자

스릴러 영화에선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열쇠 같은 장치다. 가면 뒤에 숨어서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이의 모습으로 살아볼 수도 있고 잠시나마 해방감을 맛볼 수도 있을 테니까.


사실 실제 인생에서 진짜 가면을 쓸 기회는 없다.

필부의 삶은 그토록 드라마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면 없이 사는 사람도 현대엔 없다.

화장실처럼 나를 무람하게 드러낼 수 있는 편한 장소도 있지만

나를 감추고 좀 더 공식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순간이 사회생활에서는 더 많기 때문이다.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고 산다긴 보단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의 특성상 상대방을 배려하며 산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몸이 너무 피곤하지만 힘든 친구의 고민을 들어줘야 하는 날도 있고

꼼짝도 하기 싫은 휴일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외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좋아하지 않는 반찬이지만 상대방의 챙겨주는 마음에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오늘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았을까?

억지로 꾸며내야 했다면 나부터 그 가면을 벗어버렸을 것이다.

사람이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있으니 적절한 만큼의 가면을 쓰고 생활했을 거다.

어떤 순간엔 적당한 가면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뒤에 숨어 잠시 나를 도닥일 수 있으니까.


언젠가 진짜 가면무도회에 가보면 좋겠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멋진 청춘들도 만나보고

뱀파이어성의 가면무도회처럼 스릴 넘치는 곳도 좋겠다.

그전까지 내 인생의 마스커레이드를 잘 즐겨봐야겠다.

Shall we danc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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