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차

by 마음돌봄

"저 아이스로 주문한 거예요?"

"어, 네. 손님 아이스레몬차로 주문하셨어요."


또 이런다. 키오스크로 주문한 이후로 왜 HOT에 체크하는 걸 잊는 걸까.

여름에도 뜨거운 차를 마시는 난 한국인의 유전자가 사실 없는지도 모른다.

외국에서도 한국인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랑은 유명하지만 그 사랑에 역행하는 게 바로 이 몸이다.

하물며 아이스 레몬차라니 나에게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몽차, 자몽에이드, 레몬차, 레모네이드는 번갈아가며 내 최애 음료 자리를 차지했지만 역시나 내 첫사랑 음료는 레몬음료다.


메가커피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아싸 나는야 행운의 인간을 외쳤는데 주문한 건 아이스 레몬차다.

뜨거운 물을 요청하고 자리에 앉았다. 카페 안인데 살짝 쌀쌀하다.

거기다 시원한 레몬차 덕분에 정신이 또렷하다.


내 이름으로 세금을 낸 순간부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저 용돈 내에서 생활하던 학생 때와는 달리 매달 고정비라는 것이 발생했다.

보험료, 통신비,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결혼 후엔 나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까지.

계절마다 옷을 챙기고 제철 음식을 최대한 먹이고 경조사를 챙기면서 바쁘게 살았는데,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사는데 요즘은 정신없이 달리던 열차가 가끔 정차를 하는 것 같다. 여전히 똑같이 정신이 없고 몸에 밴 습관처럼 그렇게 사는데 레몬차를 아이스로 주문할 때면 마치 마법의 지팡이가 내 콧잔등을 건드리는 것 같다.


'잠시 멈추세요, 뿌뿌. 정신 좀 차려봐.'


뜨거움과 차가움, HOT or COLD.

무의식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지 말고 잠시 멈춤, 체크.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잠깐 멈추는 것도 괜찮겠다.

신호등을 확인하고 멈추듯이 그때 숨을 고르듯이

쳇바퀴 돌 듯 살지만 말고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그 사실을 잊을 때면 이렇게 차가운 레몬티로 인생이 알려주나 보다.

잠깐만 멈춰보라고. 가만히 생각해 보라고.


참 고마운데

너무 필요한데

아이스 레몬차는 좀 춥다.

다음엔 기필코 따뜻하게 마셔보리라.





삶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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