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살롱드립을 꿈꾸며
작가님과의 만남은 두 번째다.
첫 만남은 서현숙 작가님과 온라인으로.
두 번째는 전안나 작가님과 대면으로.
책을 쓴 작가를 실제로 만난다는 사실에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었다.
이 작가님은 또 어떤 모습일지 어떤 대화를 나눌지 기대도 되었다.
일단 북토크 장소인 독립서점에 도착했다.
익숙한 동네에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에 이런 평화로운 서점이 생기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저만 그런 거 아니죠?)
독립서점.
상담심리학과 교육공학을 전공하셨다는 책방지기님은
아직은 카드결제엔 서툴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명확히 갖고 계신 분이었다.
친정어머니께서 직접 갈아주신 원두로 커피를 준비해 주시고
각자의 이름표와 책, 독서노트까지 미리 책상 위에 있었는데
나를 누군가 이렇게 기다렸구나 하는 생각에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작가님의 책 '나의 마흔에게'를 보면
챕터마다 추천 책과 질문들이 있다.
세 가지 질문을 선택해서 각자 답하면 이야기를 나눴다.
강의형 북토크일 줄 알았는데 웬걸.
참여형 북토크이다.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부담 없는 북토크.
책에 직접 쓰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포스트잇까지.
게다가 나는 어린 축에 속해서 언니(?)들의 격조 있는 답도 들을 수 있었다.
39금과 상상을 넘나드는 다른 독자 언니분들의 우아한 혀놀림.
특히 불가능한 소원 5가지 말하기에선
와우. 정말 기발한 이야기들이 펼쳐졌고 나의 평범함이 한탄스러운 지경이었다.
결국 세속적이며 단도직입적인 나의 질문과
북클럽 멤버들의 도움으로 만든 질문은 하지 못했지만
한 가지 생각해 본 게 있다.
나의 북토크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책 출판을 꿈꿀 텐데(진짜 저만 그런 거 아니죠?)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만 생각했지
독자들과의 북토크는 생각도 못해본 것이었다.
일단 독자 참여형 북토크는 시도할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특별히 의상은 신경 쓰고 싶다.
멋쁨의 대명사 장도연 님의 살롱드립처럼
19세기 영국 귀족 같은 드레스를 입는 거다.
여기서 포인트는 절대 치렁치렁하면 안 된다.
작가가 영국병 환자인지라 제인 오스틴 소설 속 여인들처럼 옷을 입는다.
남자 독자분들은 셜록 홈스나 왓슨 박사처럼 입어주시길.
티테이블에 얼그레이 홍차와 쿠키의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한다.
플라워프린트 커튼이 휘날리고 우아한 프렌치 스타일의 소파(영국 좋아한다면서 프렌치 스타일).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모은 각종 앤티크 가구와 오래된 책들.
책들은 필시 잉글리시로 쓰여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데코레이션이니 영자 신문도 좀 깔아 둔다.
내 책을 사준 독자님들이니 웰컴기프트는 우산으로 준비한다.
책 속 한 문장을 적어서.
그리고 꼭 '독자의 질문'을 받을 거다.
책에 관한 내용
글쓰기에 관한 내용
여러 가지 궁금한 건 다 묻고 답해주고 싶다.
그래서 마지막에 헤어질 때
작가가 꿈인 독자는 희망과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계속 읽고 독서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생기 넘치는 감정을 선사해주고 싶다.
나 역시 그랬다.
같은 목적으로 한 공간에 만난 사람들과의 연대.
책을 사랑하는 느낌을 공유한 공감.
무수한 경험의 나눔.
이 모든 것이 가득 찬 짜릿한 공간, 책방.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쓰고 싶고
글을 쓰다 보면 책을 만들고 싶어 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 작가님은 말씀하셨다.
그럼 나는 어느 단계에 와있는 것일까?
읽고 쓰는 삶의 해피엔딩을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이 날 들은 희소식.
영국에 가고 싶다는 나의 말에
다른 독자님은 영국은 늘 어두워서 책 읽기만 좋고
본인은 화려한 파리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답했다.
It's perfect for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