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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여름휴가

by 마음돌봄

드디어 공식 여름휴가가 마무리되었다.

15시간에 걸친 2박 3일 강원도 여행. 영광으로 당일치기 여행. 완도 구계등으로 2박 3일 캠핑.

일주일 만에 동해, 서해, 남해의 바다를 다 보고 왔다.

강원도는 가족 여행이라 예정되어 있던 것이고

영광은 해수찜을 좋아하시는 친정 엄마와 가족의 건강 관리를 위해서.

완도 캠핑은 늘 함께 가고 싶었던 친구네와의 약속이었다.


동해 바다는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

물높이도 높지 않아서 조개 잡기도 좋고 스노클링 하기에도 제격이었다.

게다가 서핑의 천국이라 외쿡 느낌도 나고.

조개는 짭짤한 맛은 없었지만 많이 잡을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서해 바다는 역시나 갯벌의 천국, 짭짤한 조개.

해수찜을 하면서 피로도 풀고 영광의 맛집에서 녹차 보리 굴비까지 최고였지만

몸이 피곤했던지 아니면 피로가 제대로 풀린 것인지 잠이 쏟아졌다.

당장 다음 날이 완도 캠핑이라 장을 보고 준비해야 하지만 내려가는 눈꺼풀.

기어이 책이라도 한 권 읽어야 한다며 버티고 버티며 책 한 권을 완독 했다.


완도 캠핑 당일,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며 출발했다. 에어컨을 너무 쐬서인지 춥고 토할 것 같은 기분에 이미 집에서 속을 게워내었다. 다행히 두 시간 거리를 1시간 30분으로 단축시킨 남편덕에 좀 더 나았지만 도착하자마자 또 화장실에서 한바탕 게워냈다.


' 그래, 휴가 마지막 여정이야. 할 수 있어. 친구네랑 가니 얼마나 재밌게요.'


친구는 아들 하나를 키우는데 오매불망 우리 아이들만 기다린 아이다.

형들이 두 명이나 온다니 신이 났다.

친구 남편도 성격 좋은 분이시라 이미 해피 무드이다.

출발 전 대형 마트에 들른 우리는 밀키트를 무조건 집어넣었다.

남들이 보면 어디 피난 가는 줄 알겠지만 대식가 우리 식구에겐 이 정도는 필요하다.

반면 친구네는 아들이 많이 먹지 않는지라 간소하다.

자연드림 식품과 한살림 식품이 전부다.

좋은 줄 알지만 우리 집은 가성비가 맞지 않는 제품들이다.

장소도 이쁘고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들이 깨끗하다.

에어컨 바람 쐬며 있는 것보다 땀 좀 흘리니 그나마 살 것 같다.

땀은 주룩주룩 흐르지만 여름엔 좀 땀을 흘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친구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물총 놀이에 닌텐도 게임에 신이 났다.

밤이 되니 선선한 바람이 불고 파도 소리도 들려온다.

땀이 많은 큰 애는 좀 힘들어했지만 캠핑 첫날은 무사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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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기대했던 된장국이 폭망하고 더위에 지친 식구들은 해변으로 향했다.

명사십리 해변은 그야말로 남해바다의 매운맛을 보여주었다.

파도에 춤을 추는 사람들 속에서 열심히 파도를 탔고, 파도에 맞아 목이 아프기도 했으며

큰애는 새 안경까지 바다에게 선물로 주고 말았다.

미역인지 뭔지 모를 해조류도 많았지만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놀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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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회로 저녁까지 먹은 후 우리들의 결론은 야반도주였다.

친구네와 의기 투합하여 밤 10시에 집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다음 날 아침에 강렬한 태양 속에 짐 정리하는 것보다 밤에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새벽 1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고 다음 날인 일요일은 잠을 자느라 하루가 다 가버렸다.



우리 담엔 이렇게 연달아 여행 가지 말자, 여보.
특히 여름, 겨울 캠핑은 노노노.



여독이 쌓일 대로 쌓인 우리 부부는 그렇게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내년 여름휴가 때 다 잊고 다시 또 여행을 가겠지. 얼굴에 허연 선블록크림 국물 흘리면서 다니겠지.

당분간은 여행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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