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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Sep 08. 2023

달짝지근해:7510

인생은 단짠단짠

그냥 편하게 보고 싶다.

현실과 다른 세상을 보거나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지나치게 슬프지도 심각하지도 않은 영화 한 편 편하게 보고 싶다.

현실을 너무 드러내는 것은 불편하므로

약간의 판타지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상영 중인 '달짝지근해:7510'은 볼만한 영화다.


연예인이 아닌 따뜻하고 유머 있는 배우의 느낌이 더 강한 '유해진'씨는 그래서 '차치호'라는 역할에 잘 어울린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굴의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는 '김희선' 배우도 감정에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통통 튀는 일영 역할에 꼭 맞다. 그녀 곁에는 항상 당대 최고의 인기 미남 배우들이 있었는데 유해진 배우와 함께 하는 로맨스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주인공 '차치호'의 형으로 나오는 '차인표' 배우는 평소 정갈하고 멋진 외모에 올바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영화에선 동생을 보증 세워 돈을 빌리고 빌붙어 사는(나름 형제들의 사연이 있다) 도박하는 형이다. 그의 욕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욕 자체가 어찌나 찰진지 대사를 할 때마다 혼미하다.


진선규 배우는 '극한 직업'이나 '범죄 도시'에서의 모습과 다르게 능력 있고 젠틀한 실장님 역할에 정말 잘 어울린다. 최근 드라마 '악귀'에서도 교수님 역할로 나왔었는데 참 다재다능한 배우다. 눈이 반달이 되며 웃을 때는 기분까지 좋아진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서 소맥을 잘 말던 요가선생님 '한선화' 배우는 특유의 능청 어린 연기를 이 영화에서도 보여주는데 이젠 정말 가수라기보다는 연기자가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었다.


대출을 받고 사는 현실 속 싱글맘 일영(김희선 배우)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대부 회사에 취직하고 거기서 형의 대출금 때문에 소환된 '차치호'를 처음 만난다. 일영은 순수함을 볼 줄 아는 여자다. 옳지 않은 것에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멋진 여자다. 그리고 외롭기도 하다. 하나뿐인 딸과 친구처럼 원수처럼 지내고 있는데, 딸이 아빠이자 혼인 신고도 안 한 옛 남자는 마치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나타난다. 


치호(유해진 배우)는 과자만 먹고 히트 과자를 만들어내는 과자 연구원인데 다소 맹한 구석이 있다. 이는 어릴 적 한 사고에 기인한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에서만은 전문가이며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다. 그런 치호를 일영은 한눈에 알아본다.


20대의 연애가 아닌 40대의 연애.

치호에겐 첫 연애이고 일영에겐 진짜 어른의 연예인 둘의 만남은 여러 상황에 의해 삐걱대기도 하지만 결국 마음이 놓이는 결과를 선사한다. 


지극히 현실에 기인한 영화이면서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에선 일종의 생계형 판타지도 느껴진다.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들을 보는 것도 영화의 재미이기도 하다.


찾아보니 감독님이 '이한' 감독이다.

영화 연애소설, 청춘만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내 사랑, 오빠 생각, 증인을 연출한 분이다.(그래서 카메오 배우들이 그분들이었구나)

그간의 작품들을 보니 이해가 됐다.

연애 소설 만든 그분.

그리고 <극한 직업> 이병헌 감독의 맛깔스러운 각본

달짝지근해:7510은 마치 '연애소설'의 행복한 40대 버전 같다.


일영은 기다려준다.

치호가 자신들의 관계가 단순히 '밥풀'을 하는 친구 관계가 아님을 깨달을 때까지

누구보다 먼저 치호의 순수함을 알아본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도 말해준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죽음의 문턱에서 나올 수 있다.

처음부터 치호의 모습을 알아본 일영은 어쩌면 판타지 같지만

결국 치호를 좀 더 당당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에겐 그 한 사람이 있는 걸까.


알아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 또한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지만


배우들을 좋아한다면 한 번 영화를 보시기를.

욕이 싫으신 분들은 욕이 다소 나오니 감안하고 보시기를.


그래도 배우들의 매력은 어마어마하다.

이거 보라는 거야 마라는 거야.

인생의 단짠단짠에서 '단'을 원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봐도 무방하다.

영화의 끝에서 안심하게 되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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