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아이의 고민을 상담해 준 적이 있다. 자기가 춤을 배우고 싶은데, 최근에는 '춤을 배워서 어디에 쓰나?' 싶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평소의 나라면 '하고 싶으면 해!'라고 이야기했겠지만, 그날은 그러지 않았다.
아이들 중 심리 상담소에 많이 오는 유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하고 싶어. 그런데 무서워'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떼를 쓰다가도 정작 그 일을 하게 되면 무서워서 돌아서는 특징이 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다'고 느끼고 심리 상담소에 방문을 하는 거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게 명확한 사람보다는 '하고 싶은데, 무섭기도 해'와 같은 이중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 심리적 갈등을 느끼고 상담소에 찾아올 확률이 높을 것이다.
나는 엑셀형 인간? 브레이크형 인간?
tci라는 기질검사가 있다. 다양한 항목을 측정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측정 항목이 바로 '자극 추구'와 '위험 회피'다. 자극 추구는 새롭고 강한 자극을 찾아 나서는 성향을 의미한다(엑셀형). 이는 충동적이고 탐험적인 행동과 관련이 있다.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이나 모험을 즐긴다
때로는 규칙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위험 회피는 불확실한 상황이나 잠재적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을 말한다(브레이크형).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걱정과 불안을 많이 느낀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결정을 선호한다
익숙하고 안전한 환경을 추구한다
변화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자,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이 두 특성은 서로 독립적이어서, 한 사람이 동시에 높은 자극 추구와 높은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질 수도 있고, 둘 다 낮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에게 고민을 상담한 아이는 '하고 싶은데,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이 아이는 엑셀과 브레이크가 함께 있는 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춤을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와 학원까지 다 알아보았지만, '춤을 배워서 뭐 하지? 이게 진짜 나랑 맞긴 할까?' 싶은 의구심이 올라오며 정작 학원 등록은 하지도 않고 미리 포기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평소의 나라면 '하고 싶으면 해!'라고 이야기했을 거다. 나는 엑셀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해봐!'라고 말하거나,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하지 말자'라고 말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아이는 이미 그 사이에서 길을 잃고 패닉이 된 상황이기에.
놀이동산에서 부모님을 잃은 아이를 보고 우리는 어떻게 하나? '괜찮니?'라고 물어본다. 지금 이 아이도 똑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고 우는 사람에게는 우선 안정이 필요하다. 어떤 선택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너는 안전한 상황이니 우선 마음을 가라앉혀보자고 말하며 두 손을 꼭 잡아주는 것이다.
선택은 그다음이다. 사실 무엇을 선택해도 그렇게 큰일이 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엑셀과 브레이크'라는 에너지가 동시에 터진 그 폭발적인 상황에서 그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상황을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게 코치를 해주면 아이는 신기하게도 알아서 자신의 길을 잘 닦아나갈 것이다.
사실은 누구보다 가능성이 높은 아이
그날은 나도 조금은 다른 방식의 조언을 했다. 가장 먼저 두 손을 꼭 잡아주었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 고민이 많았겠다... 나라도 그런 고민을 했을 것 같아. 우선 고민을 털어 놓아줘서 너무 고마워. 보통 사람들은 혼자 끙끙 앓는데 너는 이렇게 나에게 다가와 줬네. 대단하다 정말. (계속 안심시켜 주기. 내가 먼저 심호흡하기.)
선생님이 해주고 싶은 말은 그 일을 해도, 하지 않아도 나는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거야. 너는 잠재력이 큰 아이고, 분명히 뭘 해도 잘 해낼 아이라는 걸 내가 알잖아.'
그렇게 아이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며 안정을 시키니 처음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책상만 보던 아이가, 점점 제 눈을 바라보기 시작하더라. 그렇게 아이가 안정된 것이 보이고 나서야 저는 그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질문을 했고, 아이는 '그러면 우선해 보는 게 좋겠어요'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 예상으로 이 아이는 아마 다음날 다시 고민을 했을 거다�. 브레이크는 자동으로 걸리는 것이니까 ㅎㅎ. 그래도 이렇게 안정을 취하고 다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분명 성인이 되었을 때 이 아이는 자신이 언제 액셀을 밟아야 하는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지 잘 판단하는 숙련된 인생 운전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혹여나 이 글을 읽고 내 아이가, 혹은 나 자신이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좌절하실 수도 있겠다. '그 많은 선택지 중에 에 왜 하필 이런 사람으로 태어난 것인지...'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시련이 클수록 얻는 열매도 알찬 법이다. 이렇게 고민이 많다는 것은 사실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치는 기질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조절하는 법만 배우면 그 어떤 유형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