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기 시작했다.

위시리스트를 뒤적이다가.

by 마인풀 라이프

임신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가장 먼저 포기한 것 중 하나는 조깅이었다.

몇 년 전 무릎을 한번 다치고 나서 뛰는 게 힘들어졌고, 그 뒤로는 운동다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해봤자 집에서 요가 몇 번 따라 하는 정도였지, 숨이 차고 땀이 줄줄 나는 운동은 내 삶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임신했을 때 나는 은근히 꿈을 꾸고 있었다.
‘아, 이 배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나가서 뛰고, 땀 빼고, 기분 전환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기 시작하니 그런 여유도 없고, 꿈조차 꾸지 않게 되더라. 그냥 “지금은 때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예전부터 적어둔 ‘하고 싶은 것 리스트’를 보게 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시간이 난다고 해서 우리가 그걸 꼭 하는 건 아니다. 사람의 기본적인 게으름이 스르르 다가오고, 우리는 또 미룬다. 그리고 핑계를 댄다.


그 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다시 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 기분을 가장 확실하게 끌어올려 주는 건, 운동하고 땀 빼는 일이었다. 음악을 쿵쿵 크게 틀어놓고 운동을 끝내고 나면, 늘 몸도 마음도 같이 업되어 있었다.


얼마 전, 아침 공기가 선선해진 날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이어폰을 끼고 집 문을 열고 나섰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 동시에 몸에 닿는 순간, 기분이 금방 좋아졌다.


한 1분 정도 뛰었을까?
바로 헥헥거렸다.

“내가 몇 년 만에 뛰는 거지?”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잠깐 걷다가, 또 조금 뛰고, 또 걷고...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뛰는 동안 계속 기분이 좋아졌다. 음악을 크게 틀고,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뛰는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뛰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열이 오르고, 나는 문득 생각했다.

‘아, 드디어 내 위시리스트 하나를 실행했구나.’


우리는 별것도 아닌 것들을 위시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쌓아둔다.
그 리스트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사실 엄청난 게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룬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해야지.”
“애가 좀 크면 해야지.”


그러다 시간이 더 흘러버리고, 우리의 위시리스트는 점점 길어지고, 삶에 대한 의욕은 조금씩 줄어든다. 하고 싶은 것들은 계속 미뤄두고, ‘해야만 하는 일’들에만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위시리스트를 하나씩 작게라도 실행해 보면, 생각보다 별게 아니란 걸 느끼게 된다.
‘내가 이걸 왜 이렇게 오래 미뤘지?’
라는 생각과 함께, 묘한 재미와 생기가 돌아온다.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기보다, 그냥 조금이라도 실행해 보는 것.
그게 아마 우리의 불꽃을 잃지 않고, 천천히라도 계속 타오르게 하는 방법일지 모른다.


나는 내 안에 있던 불꽃을 너무 오래 무시했다.
물론 상황적으로 그 불꽃을 계속 지키기 어려운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냥 계속 미룬 것도 맞다.


그날 다시 뛰면서, 나는 내 안의 불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위시리스트를 다시 꺼내 본다.


‘해보고 싶다’라고 적어만 두었던 것들을, 이제는 그냥 하나씩 해보려 한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다시,
내 불꽃을 찾아가고 있다.



#불꽃찾기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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