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와 익숙함 속에 묻혀버린 나의 진짜 마음을 찾아가는 기록
나는 잠시 글쓰기를 쉬었다. ‘나의 불꽃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해놓고도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자꾸 다른 일들에 밀렸다. 할 일이 많았다는 말은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몇 일 전부터 다시 돌아왔다. 내 심장에서 뛰는 불꽃을,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서.
요즘 명상을 하면서 내 자신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왜 나의 불꽃을 찾는 일은 이렇게 어려운 걸까. 여러 글을 읽고 오래 생각한 끝에 조금씩 알게 된 것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자라나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감정과 욕망을 조금씩 접어두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회의 기대, 주변 사람들의 시선, 비교하는 마음 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보다 “무난한 것”, “튀지 않는 것”, “남들과 비슷한 것”을 선택하는 법부터 배운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꼭 내 색깔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내 색을 흐리게 만드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아이였을 때의 나는 훨씬 솔직했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게 있었고, 쓸모를 따지지 않아도 끌리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는 것에도 이유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게 생산적인가, 의미가 있는가, 돈이 되는가, 남들이 보기에도 괜찮은가. 그런 질문들이 쌓이다 보니 정작 내 마음이 무엇에 반응하는지는 점점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와서 내 안의 불꽃을 다시 찾으려 하니, 그게 이렇게 막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정말 내 안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검은 방 하나가 텅 비어 있는 느낌이다. 그 안에서 나는 소리친다. “누구 있나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요?” 그런데 한참을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어둠만 길게 남아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런 침묵이 무서웠다. 내가 비어 있는 사람 같아서,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열정도 없는 사람 같아서 괜히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 한다. 어쩌면 그 어둠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아직 말을 걸지 못한 나 자신이 잠시 숨어 있는 자리일지도 모른다고.
지난 며칠 동안은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러한 내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나의 불꽃을 찾고 싶어졌을까. 아마도 더 이상 남들이 말하는 괜찮은 삶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엔 문제없어 보여도,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이건 네 길이 아니라고, 아니면 아직 덜 찾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굴해볼 시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감사한 일이다. 삶이 늘 우리에게 이런 여백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아마존에 가서 이것저것 주문했다. 나의 스파크를 다시 일으켜줄지도 모르는 작은 도구들. 물론 그 도구들 외에 레깅스처럼 전혀 상관없는 것도 같이 주문했지만, 그것도 나답다면 나다운 일이다. 그렇게 웃기고 사소한 것까지 포함해서 지금의 나라는 사람인 것 같다.
다음 주 나의 프로젝트는 다시 페인팅을 해보는 것이다. 빈 캔버스를 몇 년 동안 바라만 보았다. 늘 언젠가 시작해야지, 마음이 준비되면 해야지,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미뤄두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준비가 다 되어서 시작하는 날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것을. 빈 캔버스를 채우는 일은, 사실 그림을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명상을 열심히 하던 때에는 눈앞에 그림 같은 영감이 떠오르곤 했다. 바로 스케치를 하고 싶을 만큼 선명한 이미지가 찾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명상도 쉽지 않다. 집중은 자꾸 흐트러지고,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 나는 앉았다. 아침 일찍 운동도 다녀오고, 명상도 힘들었지만 중간에 일어나지 않고 끝까지 앉아 있었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하기로 한 것을 해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기 전에, 내가 의도했던 대로 이 불꽃 찾기의 과정을 여기에 적기로 했다.
어쩌면 오늘 하루는 별것 하지 못한 실패의 하루처럼 보일 수도 있다. 눈에 띄는 성과도 없고, 삶이 갑자기 바뀐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은, 불꽃이라는 것이 어느 날 하늘에서 번쩍 떨어지는 계시 같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불꽃은 아주 작은 행동 속에서, 희미하지만 반복되는 끌림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나를 향해 조금씩 걸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라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조금씩 알 것 같다. 나의 불꽃을 찾는다는 것은 거창한 정체성을 한 번에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잊고 살았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일에 가깝다. 무엇을 할 때 시간이 덜 아까운지, 무엇을 볼 때 가슴이 미세하게라도 반응하는지, 어떤 순간에 내가 조금 더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지 알아차리는 일. 그리고 그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지 않는 일. 어쩌면 불꽃은 처음부터 내 안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방치되어 희미해졌던 것인지도 모른다.
또 하나 배우는 것은, 나의 불꽃은 남과 비교해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이미 뚜렷한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누군가는 재능과 확신으로 가득 찬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불빛이 밝아 보인다고 해서 내 안의 불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각자의 불꽃은 타오르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어떤 사람은 아주 일찍 발견하고, 어떤 사람은 인생의 중간쯤에서야 겨우 알아본다. 어떤 사람은 크게 활활 타오르고, 어떤 사람은 오래도록 은은하게 지속된다. 중요한 것은 남의 불빛의 크기가 아니라, 내 안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가 놓치지 않으려는 배움이 하나 더 있다. 불꽃은 찾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손을 더럽히고, 서툰 시작을 감수하고, 마음이 동하지 않는 날에도 자리에 앉아보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형태를 드러낸다. 그러니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완벽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험을 계속해보는 것이다. 그림을 다시 그려보고, 글을 쓰고, 명상하고, 내 마음이 어디에서 아주 미세하게라도 반응하는지 기록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 가는 중일지 모른다.
오늘의 내 의도는 분명하다.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조용히 계속 나를 향해 가는 것. 당장 선명한 답을 얻지 못해도 괜찮다. 내 심장에서 벌떡벌떡 뛰는 그 불꽃을 언젠가는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을 놓지 않는 것. 나는 아직 완전히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제는 안다. 불꽃을 찾는 여정 자체가 이미 불꽃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